외교관 면책특권, 범죄 방패로 이용된다
음주운전, 민간인·경찰 폭행도 방어
본국에서 특권 포기해야 조사 가능
음주운전도 무죄 받는 외교관 면책특권
도로교통법은 음주 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경찰은 측정을 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타국 대사관 직원 등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방패삼아 음주운전 및 측정 거부를 하는 등 문제를 일삼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 서울용산경찰서는 오전 3시경, A씨의 차량을 음주 단속 중 멈춰 세웠다. 현장 경찰에 따르면, A씨에게서 술 냄새가 강하게 풍겨 음주측정을 시도했으나, A씨는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를 한 명백한 정황이 있음을 근거로 측정을 시도했지만, A씨는 약 2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입건했지만 차후 A씨가 실제 외교관임이 밝혀졌고, 외교관 면책특권에 따라 A씨를 처벌할 수 없었다. 언론 보도로 인해 큰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해당 사건은 면책특권으로 인해 처벌 없이 종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외교관의 음주 관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외교관이 주점 직원과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달에는 몽골 대사관 외교관이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들 또한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민·형사상 책임 안 진다
강력 범죄, 대형 참사 불씨 존재
외교관 면책특권은 전 세계 192개국이 가입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주재국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항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국에서 특권을 포기하면, 경찰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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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B 대사관 직원 부부가 짝퉁 가방을 판매하다 적발된 후, 미국이 면책특권을 포기하면서 경찰에 체포된 사례가 있다. 또한, 2016년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이 한국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건에서도 뉴질랜드가 면책특권을 박탈하면서 한국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외교부는 면책특권을 앞세운 외교관 사건들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3년간 주한 외교사절과 그 가족들로 인한 사건·사고가 47건에 달했지만, 외교부가 대응한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외교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의 음주운전 사건을 두고 “재발 시 자진 출국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법 행위 자체 뿐만 아니라 면책특권 소지자들의 일탈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대처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외교관이 본국으로 돌아가버리면 따라가서 물을 수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적절한 방안이 생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빚어지는 피해 대응책과, 사전 방지책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대로 이들의 실수, 혹은 고의로 강력 범죄 및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면 그 때는 이미 뒤늦은 후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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