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오소영 기자] “모바일과 태양광, 배터리 소재 등 20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빼고도 매출을 50조원대에서 65조원으로 키워냈다. 이를 고려하면 두 자릿수 성장률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영 키워드를 ‘한계 돌파’로 제시하며 고성장을 자신했다.
조 사장은 올해를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나가는 해’로 정의했다. 지난해 발표한 2030년 100조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자 본격적으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다. 연평균성장률(CAGR) 7%와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를 달성한다는 ‘트리플 7’ 전략도 재차 밝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올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0조원을 투입한다. 연구·개발(R&D) 5조5000억원, 시설투자 3조5000억원, 인수합병(M&A)·합작투자(JV)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 전장과 HVAC(냉난방공조), 빌트인, 사이니지 등 B2B, 웹(web)OS 플랫폼 사업과 같은 고성장·고수익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M&A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기업간거래(B2B), 신규 사업 영역 쪽일 것”이라며 “올해 1~2개 정도 시장에 이야기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사업 전략으로는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사업을 고도·다각화하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해외 영업 강화를 예로 들었다.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해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 사장은 “그동안 선진국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성장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진국에 판매하는 것만 집중할 게 아니라 중저가를 앞세워 신흥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중저가가 신흥 시장의 고객 입장에서는 고가일 수 있는데 이를 놓쳤다고 조 사장은 부연했다.
B2B와 플랫폼 사업을 늘려 사업 모델을 고도화한다. 전기차(EV) 충전과 디지털헬스,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도 꾀한다.
신사업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확장현실(XR)이다. LG전자는 최근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조 사장은 “최고전략책임자(CSO) 산하에서 인큐베이팅을 했고 어느 정도 사업이 가시화되는 모습이 보여서 실제 개발을 하고 속도를 올리려면 (XR 사업을) HE사업본부로 옮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현재 파트너 협업 모델 등이 진행 중이고 사업화하는 시점을 보고 있다”며 “가상현실(VR)보단 혼합현실(MR), 증강현실(AR)로 나눠서 각각 B2C, B2B로 제공하고자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로봇에 대한 청사진도 공유했다. LG전자는 올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올해 베타 버전을 시장에 내고, 내년 초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며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독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전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장에서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수주잔고는 약 90조원 중반대다. 조 사장은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20조원으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투명 마이크로LED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투명 무선 올레드 TV를 선보이며 삼성과 투명 기술 경쟁을 예고했다. 박 본부장은 “어제 직접 가서 봤는데 일반 고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 본다”며 “기술 발전을 계속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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