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독일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고체 배터리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서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미국 매체 슬래시기어(SlashGear)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쿠스 셰퍼(Markus Schäfer)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첫 번째 전고체 배터리가 2026년 출시될 수 있으나 (리튬이온 대비) 비용이나 에너지 밀도 이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에 쓰였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모두 강화돼 배터리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꼽혔다.
셰퍼 CTO는 안전성 향상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비용과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대비 확연하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리튬이온 제품의 성능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리튬이온의 단점인 안전성도 대표적이다. 배터리 회사들은 외부 충격에 강한 배터리 팩을 설계하고 과충전 방지 회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조처를 강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리튬이온과 전고체의 대결 구도에서 승자를 예견할 수 없다고 셰퍼 CTO는 분석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도 전고체 배터리의 비중이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봤다. SNE리서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공급량이 2030년 2943GWh로 배터리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망했다. 같은 해 전고체 배터리의 침투율은 약 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일본 완성차 업계의 기대감과는 대조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하고자 일찍이 투자를 단행했다. 토요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했다. 2027년 시험생산을 시작하고 이듬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를 선보인다. 닛산도 비슷한 시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신모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차의 에너지 밀도는 기존 차량의 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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