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에너지 기업 ‘콘티넨탈리소스’와 북미 농·축산업 투자 전문 회사인 ‘서밋애그리컬쳐럴 그룹’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도 양사가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밀어주며 호응하고 있다. 양사가 트럼프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쌓으며 CCS 파트너사인 SK와 HD현대로서는 난감할 수 있다. 굳이 정치적 의사를 밝힐 필요는 없지만 사업 파트너의 공개 지지 선언을 외면하기도 어렵고 현 바이든 정부와의 사이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와 정치 블로그 블리딩허트랜드 등에 따르면 헤럴드 햄 콘티넨탈리소스 회장은 작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3300달러(약 440만원)를 기부했다. 10월 말에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전달할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수표를 들고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팜비치 마라라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소재 리조트다.
햄 회장의 지지에 호응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콘티넨탈리소스가 참여하는 서밋카본솔루션을 밀어주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자체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서밋카본솔루션이 CCS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하려는 파이프라인을 언급했다.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해 토지수용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반대했던 비벡 라마스와미를 비난했다. 라마스와미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사퇴한 바 있다.
서밋카본솔루션은 세계 최대 CCS 사업을 추진하고자 미국 서밋그룹이 설립한 법인이다. 콘티넨탈리소스와 서밋애그리컬쳐럴 그룹, SK E&S,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 투자사로 참여하고 있다. SK E&S는 2022년 1억10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들여 지분 10%를 매입했다.
서밋카본솔루션은 미국 중서부 5개 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매년 1200만톤(t)씩 포집할 계획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3200㎞에 달하는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스다코타주 지하 탄소저장 설비로 운송, 영구 저장된다.
콘티넨탈리소스와 함께 서밋카본솔루션 사업의 지지자인 더그 버검 미국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14일 반(反)트럼프를 철회했다. 서밋애그리컬쳐럴 그룹의 창업자인 브루스 라스테터는 이보다 앞선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서밋애그리컬쳐럴 그룹은 HD현대와 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에도 협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연간 1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노스다코타까지 보낸 다음 이를 지하에 저장하는 사업이다. HD현대의 전력기기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탄소포집용 컴프레서 전동기 51대를 공급했다.
콘티넨탈리소스와 서밋애그리컬쳐럴 그룹이 트럼프 후보와 친분을 돈독히 하는 상황에서 SK와 HD현대 등 파트너사는 물론 이를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7월 220억 달러(약 29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미 신규 투자를 발표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화상으로 대면해야 했지만 높은 친밀감을 확인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의 영어 이름인 ‘토니(Tony)’를 수차례 불렀다.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신 ‘땡큐’를 외쳤다. 최 회장과의 면담 직후인 11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미시간주 소재의 SK실트론CCS 공장을 방문했다. 미국 내 한국 공장을 찾은 건 SK실트론CCS가 처음이었다.
바이든 정부와 활발히 소통한 만큼 SK가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CCS 파트너사들의 입장도 배제하기도 어려워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HD현대도 마찬가지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작년 4월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을 방문했다.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 조지아주 소재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일렉트릭 법인을 차례로 찾으며 미국 투자 현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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