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체코가 신규 원전 사업을 4기로 확대하며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입찰자에서 뺐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EDF로부터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경쟁자가 줄며 한수원의 수주 기대감도 높아졌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입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의 제안서는 구속력이 없고, 원전 품질을 책임질 주체도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체코 정부는 웨스팅하우스를 제외하고 한수원과 EDF에만 신규 원전 입찰에 참여토록 했다. 체코는 당초 두코바니 원전 1기에서 총 4기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페테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더 많은 원자로를 동시에 지으면 기당 최대 25%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입찰자들에 최대 4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입찰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요세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력 소비량은 2050년까지 최대 3분의 2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원과 함께 원전은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배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체코 정부는 2050년 전력 소비량이 100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운송과 난방용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은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와 원전의 수명 종료로 견조한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신규 원전을 확대해 수요를 맞춰야 한다는 게 체코 정부의 입장이다.
체코 정부는 오는 4월 15일까지 구속력 있는 입찰서를 받을 계획이다. 평가를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입찰자 명단에 웨스팅하우스가 빠지면서 이날 한수원과 EDF가 4기 원전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체코 정부는 “두 회사도 원전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에 공급한 APR1400에서 파생된 APR1000을 준비하고 있다”며 “APR1000은 유럽에서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는 의미의 인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APR1000은 작년 3월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EDF에 대해서도 체코 정부는 EPR1200을 언급하며 프랑스와 영국에서 필요한 인증을 받아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와 공방을 겪는 한수원이 원전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지를 우려하는 질문에는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평가 단계에서 기술의 소유권을 확인해달라 요청했고 참가자들은 이를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APR1400의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APR1000도 개발해 유럽에서 인증 절차를 밟았다.
체코가 입찰 후보를 좁히며 한수원은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한수원은 작년 10월 두코바니 원전 1기 사업에 대한 최종 입찰 제안서를 냈었다. 웨스팅하우스, EDF와 경합하면서 소송전에도 휘말렸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서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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