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낙점된 상황에서 계속 침묵을 지켰던 최대주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내주 초 입장을 발표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장 전 사장의 후보 선정 과정과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이날 입장 내용에 따라 인선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6일 정재계에 따르면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다음주 초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과 포스코 CEO 후보자추천위원회(후추위)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다.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국민연금이 입장 발표로 돌아선 것은 인선 이후에도 사그라들고 있지 않는 후추위와 장 전 사장에 대한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5일 “포스코 CEO 인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후추위 위원 전원이 ‘호화 해외 이사회’ 건으로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된 만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은 지난해 8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사내·외 이사 16명이 캐나다에서 5박 7일간 머무르면서 회삿돈을 규정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쓴게 발단이 됐다. 실제로 후추위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해외 호화 출장 의혹으로 현재 경찰에 전원 입건된 상태이며 장 전 사장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전직 임원 A씨는 “장 후보가 포스코 사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19년 8월 사외이사들과 베이징 이사회에 동행했는데, 당시 활동이 고가 음식과 주류·골프 라운딩 등 외유성으로 채워져 논란이 됐다”며 “활동 비용만 7~8억원에 이르는 걸로 알려져 있어 경영진과 이사회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 카페를 중심으로 장 전 사장의 후보자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국민연금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 투자자는 “이차전지 섹터보다 철강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장 전 사장을 왜 추대했는지 의문”이라며 “예정대로 회장까지 임명된다면 이차전지 사업이 위축 될까봐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장 전 사장의 경영 마인드가 이차전지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며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이차전지와 철강 사업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이번 인선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순혈주의’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초대 박태준 회장과 김만제 전 회장, 최정우 현 회장을 제외하고 서울대·엔지니어 출신을 꾸준히 회장으로 선임해왔다. 최 회장의 경우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그동안 이어져 온 회장 선임 공식을 깨기도 했지만, 이번 장 전 사장 내정으로 포스코 순혈주의 전통은 맥을 잇게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카르텔 척결을 강조하며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과거 KT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사”라며 “연임을 노리던 구현모 당시 KT 대표, 구 대표와 가까운 윤경림 KT 당시 사장 역시 국민연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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