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에 자사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긴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에 대한 SK하이닉스 승인을 받기 위한 조치로, 재협상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최근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공동 운영하는 일본 공장에서 SK하이닉스가 3D 낸드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SK하이닉스가 받아들일 경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 논의를 재개할 수 있고,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 없이도 3D 낸드 생산능력 확장이 가능하다.
키옥시아가 이같은 자구책을 내놓은 것은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에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는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험에 180억 달러에 매각됐다. 당시 SK하이닉스가 투자한 4조원에는 전환사채(CB) 1조3000억원이 포함(의결권 지분율 15%)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0월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가 아닌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거대 경쟁사 등장을 우려해 비토(veto)를 놨다고 보고 있다.
추가 협상에 대한 여지는 열어놓은 상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후 합병 찬반에 대해 “반대라는 표현은 쓴 적 없다”며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건은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작년 10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와의 합병 결렬에 따라 사업 분할 등 대안을 추진하려고 했다. 다만 지난달부터 키옥시아가 웨스턴디지털과의 경영 통합 협상 재개를 위해 물밑에서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키옥시아의 합병 의지가 강력한 만큼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낸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31.4%) △SK하이닉스·솔리다임(20.2%) △웨스턴디지털(16.9%) △키옥시아(14.5%) 순이다. 합병 후 예상 점유율을 단순 계산하면 31.4%에 달한다. SK하이닉스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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