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업’을 선포하며 업(業)의 혁신을 이어가는 SK그룹의 시선이 미국을 향했다. 미국이 AI를 산업 전반에 확대 시키는 데 이어 국가 안보 기술로까지 삼고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 중심에는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츠가 세운 미국 싱크탱크 ‘특별 경쟁 연구 프로젝트(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 이하 SCSP)’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을 받은 김유석 SK 부사장(업무지원실 임원)은 직접 SCSP와 만나 SCSP 주최 AI 엑스포 참여를 비롯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또 다른 형태의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SCSP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최근 미국 버즈니아주 알링턴 소재 SCSP를 방문했다. 최종현학술원 측도 동행해 일리 바이락타리 CEO를 비롯해 SCSP 관계자를 만났다.
외교관 출신인 김 부사장은 2009년 SK에 합류해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꾸려진 태스크포스(TF)에도 현장 지원 담당을 맡으며 SK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가 찾은 SCSP는 전 구글 CEO이자 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인 에릭 슈미츠가 2021년 10월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다. 중국·러시아와의 갈등 속에서 신기술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관심 주제는 AI다. SCSP는 AI를 국가 안보와 밀접한 주요 기술로 보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학술기관과 협력해 AI 관련 논문, 팟캐스트,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올해 처음으로 AI 엑스포도 연다. 이 엑스포는 미국의 AI 기술 리더십을 확인하고 AI 산업의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오는 5월 7~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다.
바이락타리 CEO는 AI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SK의 협조를 요청했다. 후원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AI는 SK의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우리가 이제 AI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며 “챗GPT가 나온 이후 (기술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돌파구)가 일어나다 보니 너도나도 파도를 타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SK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었다.
최 회장은 CES에 이어 이달 말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 참가하며 AI 경쟁력 강화를 꾀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AI 사업 고도화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글로벌 AI 컴퍼니’를 선언했다. AI 관련 투자 비중을 3배 늘리고 2028년까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AI 사업에서 거둔다는 방침이다. 세부 전략으로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 △모바일·브로드밴드·엔터프라이즈 등 코어 사업의 AI 전환 △인프라·서비스를 기반으로 개인 AI 조력자로 도약하는 ‘AI 피라미드’를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인다. 올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출시하고, HBM 생산에 필수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관련 시설 투자도 작년 대비 2배 확대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