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도축 없이 생산된 육류가 식탁에 오른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을 토대로 생산한 대체육의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본격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국내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는 22일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을 개정·고시했다. 신기술 적용 식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기준의 주요 내용은 △세포배양식품원료 등을 한시적 기준·규격의 인정 대상으로 추가 △한시적 기준·규격을 인정받으려는 신청자가 제출해야 하는 안전성 입증 자료 등 범위 신설 △인정신청 서식 및 처리기간(270일 이내) 신설 등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세포·미생물 배양 등 신기술 적용 원료가 식품원료 인정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전했다.
업계는 국내 대체육 시장이 초기 단계지만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건(완전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가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제일제당, 대상, 한화솔루션 등의 관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메디테크 기업 티앤알바이오팹과(T&R Biofab)과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대체육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바이오프린팅 기반의 재생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해당 기술을 활용해 인공 조직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맛, 질감, 외관, 영양 등의 측면에서 기존 식물성 식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체육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지난 2021년 10월 엑셀세라퓨틱스와 배양육 배지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GMP등급 줄기세포용 화학조성 무혈청 배지(Serum-Free Chemically Defined Media for hMSC)를 개발한 기업이다. 대상은 자사가 보유한 글로벌 영업네트워크 및 바이오소재(아미노산·미세조류 등) 사업역량과 엑셀세라퓨틱스가 지닌 배양배지 제조기술 간 시너지를 통해 배양육 배지의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안전성을 실현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배양육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바이오이엔지(Bio-ENG) 연구소 내부 시설을 개선하고, 실험 설비 등을 새롭게 도입했다. 배양육 기술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 공학, 정밀 발효, 줄기세포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실험공간을 조성했다.
샘 로렌스(Sam Lawrence) 미국 비영리 식품연구기관 굿푸드인스티튜드(GFI) 아시아 정책 담당 부사장은 “이번 발표는 식약처가 자국 배양육 산업 활성화를 희망한다는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면서 “임시적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련 제도가 개발·발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내년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9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17%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건강, 환경, 동물복지 등에 대한 인식 제고로 채식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이 시장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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