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 최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의혹 관련 경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주주이익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를 핵심 투자 가치로 삼고 있는 해외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입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에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지난 23일 기준 28.09%에 달한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국내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주요 해외 투자기관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미국계 투자자문사 GMO펀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캐나다 자산운용사 코너클락앤런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미국 자산운용사 아메리칸센추리인베스트먼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글로벌 3대 신탁은행 노던트러스트 △미국 자산운용사 오셔너시자산운용 △미국 자산운용사 CWA에셋매니지먼트 등이 있다.
이들 기관 중 대다수는 국내 기업과 인연이 깊다.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는 동일산업의 배당금 증액을 요구한 바 있으며, 모건스탠리 자회사 ISS는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GMO펀드는 과거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으며, 뱅가드그룹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아메리칸센추리인베스트먼트는 KB자산운용의 ‘KB 글로벌 착한 투자 ESG 펀드’ 위탁운영사로 활동했으며, 골드만삭스는 국내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공통 분모는 주주이익과 준법감시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
앞서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포스코가 개인 소유의 기업이 아닌 만큼, 주요 경영진 변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홍콩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너십 변화가 없는 포스코의 경우 차기 회장 구도가 투자의 주요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핵심 경영진들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위반의 경우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한국 수사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 역시 “포스코 경영진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가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6일 차기 회장 후보인 오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비롯해 포스코 전현직 임원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현재 경찰은 이번 사건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입 과정을 집중 살펴보고 있다.
금속노조와 민변, 참여연대 등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10일 포스코 이사회의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의결에 앞서 최정우 회장 비롯해 최고경영층 6명은 같은 해 3월12일부터 27일까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주식 총 1만9209주, 약 32억원을 취득했다.
장 차기 회장 후보 역시 이사회 자사주 취득 결의에 앞서 같은 해 3월 18일 500주를 사들였고,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전중선 부사장이 1000주를 매입했다.
포스코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가 1년 동안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며 “1조원 자사주는 포스코 시가총액의 6%에 달하는 큰 규모로 당시 시장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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