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로봇개 ‘스폿'(Spot)이 이탈리아 최초 경찰 로봇개로 낙점됐다. 인간을 대신해 위험 지역에 투입, 폭발물 조기에 식별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2일 이탈리아 국가헌병대 카라비니에리(Carabinieri)에 따르면 카라비니에리는 최근 로마 폭탄 처리반에 스폿을 배치했다. 원격 조종을 통해 위험 현장에서 폭발물 등의 위협을 조기 식별하는 등 경찰관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최초 경찰 로봇개가 된 스폿의 공식 명칭은 사엣따(Saetta)이다.
스폿은 약 32kg의 본체에 카메라와 조명 등을 달고 있다. 배터리 수명은 90분, 시속 5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스스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또한 360도 카메라와 사물인터넷(IoT) 센서, 자율주행 프로그램 등을 탑재해 주변 장애물을 피해 최대 중량 14kg 화물을 싣고 이동할 수 있으며 특수 흡착 패드인 스마트 그리퍼를 장착할 경우 장애물을 들어 올리고 상자 등을 옮길 수도 있다. 챗GPT-4와 통합된 최신 모델의 경우에는 이미지와 언어도 처리할 수 있다.
카라비니에리는 “사엣따는 위험 상황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정찰할 수 있게 돕는다”며 “콘솔과 조이패드가 포함된 태블릿을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데다 장애물을 식별하는 센서가 부착돼 임무 수행이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스폿은 이번 카라비니에리 폭탄 처리반 투입 전 우크라이나 지뢰 제거 작전과 LAPD 등 미국 경찰 작전에 투입되는 등 다양한 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폼페이 유적지 보호 임무에 투입되는가 하면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순찰을 돌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선별 작업도 돕고 있다. 스페인 최대 전력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 태양열 발전소 시설 모니터링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 ‘폴라 실험 시설'(Fola Experimentation Facility)에서 진행된 DIRT(Driving Innovation in Realistic Training)에도 참가했다. DIRT는 도전적이고 현실적인 훈련을 통해 새로운 전술과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작전 투입 전 새로운 솔루션을 테스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하는 행사이다. 스폿은 바위로 이뤄진 지형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무인 항공기와 101 공수부대 소속 병사 220명과 호흡을 맞추는 등 전술 장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총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를 투입,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었다.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참여했으며, 정 회장도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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