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화그룹의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오스탈의 매각이 호주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돼서다. 호주와 미국·영국이 맺은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고려해 미국계 기업이 인수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더 오스트레일리안’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규제 당국은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영연방 안보에 오스탈의 역할이 커져서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영연방과 주요 조건 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영연방을 위한 군함 건조에 협력한다. 향후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해 상륙정 18척의 건조를 담당하게 된다. 대형 상륙정도 추가로 건조해 호주 육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또한 호주 왕립 해군에 인도할 순찰정 2척 건조에 대한 계약도 맺었다. 오스탈이 호주 군에 제공할 선박은 총 10척에 달한다. 주요 군함 건조를 오스탈이 맞고 있는 만큼, 안보를 이유로 한화의 인수가 현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10억20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9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오스탈의 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었다. 한화는 인수를 위해 투자은행 UBS까지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방산 계약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에 대한 경영권 인수를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호주 상장위원회가 이 거래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스탈의 주가는 최근 2.20달러에 거래되었으며 연초 이후 주가는 1.90달러에서 지난달 최고치인 2.23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호주는 오커스 동맹을 고려해 미국 기업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세베루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알링턴 매피탈 파트너스 등이 오스탈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미국도 자국 기업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미 해군은 최근 오스탈 인수와 관련해 지배권 변경 조항을 포함했다. 이 조항은 오스탈이 수행하는 작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주로 미국에 있는 일부 사모펀드만이 인수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한화의 오스탈 인수에 난항이 예상되며 방산 사업 전략에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는 오스탈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군함·함정 수주전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다고 봤었다. 특수선 건조에 경쟁력을 지닌 한화오션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었다.
1988년 설립된 오스탈은 글로벌 선박 및 특수선 건조 업체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미국 알라바마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연안 전투함인 LCS(Littoral Combat Ship) 생산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