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과 튀르키예 기업들이 러시아 가전 시장에서 철수한 우리 기업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시장 지형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7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 가전제품 시장에서 중국, 튀르키예, 벨라루스 업체들은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가전제품의 대부분을 한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했던 것과 대조된다.
수입국이 변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수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대한 공급을 제한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허가하고 중국, 튀르키예 등 우호국으로부터 수입을 대폭 늘렸다.
특히 자국생산화 정책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자국산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장을 신설하거나 철수한 글로벌 기업의 공장을 임대 혹은 인수했다. 부족한 국내 생산량은 중국, 튀르키예 공장에 OEM도 주고 있다.
대표 가전 품목별로 살펴봤을 때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중국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작년 러시아 TV, 냉장고, 세탁기 시장 판매량과 매출액 기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러시아 비류사(BIRYUSA) △튀르키에 베코(BEKO) △벨라루스 아틀란트(ATLANT) △중국 인디시트(INDESIT) △중국 캔디(CANDY)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TV 분야에서는 중국 샤오미와 하이센스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러시아에 수출하는 제품 선적·판매를 중단했다. 현지 공장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LG전자는 지난 2월 러시아에 운영하고 있던 공식 브랜드 매장도 모두 폐점했다. LG전자의 매장이 있던 자리도 중국과 튀르키예 가전 제조사가 입점키로 했다. <본보 2024년 2월 28일 참고 LG전자, 러시아 공식 매장 모두 '철수'...빈자리는 中·튀르키예 차지>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 관계자는 “러시아 가전제품 시장은 러-우 사태 이후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삼성, LG, 보쉬 등 글로벌 기업의 현지 공장이 가동을 멈췄으며, 유럽발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그 공백은 중국, 튀르키예 기업이 고스란히 대체했다”며 “다만 작년부터 우호국에서 수입을 대폭 늘림으로써 비교적 안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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