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이하 스카이워터)’의 인디애나주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투자를 유치, 북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는 인디애나주의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워터는 최근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건설 예정이었던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투자 전략 변경의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예상보다 낮은 ‘미국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워터는 성명을 통해 “작년에 ‘칩스 이니셔티브’의 세부 사항이 공개되면서 우리는 인디애나주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팹 건설에 대한 계획을 재평가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디애나주에 새로운 팹 건설을 목표로 하는 확정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신흥 전략 기술에 대한 팹 접근 및 생산 지원 제공에 중점을 두고 인디애나를 포함한 미국의 마이크로전자공학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카이워터는 지난 2022년 18억 달러를 쏟아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과 생산기지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퍼듀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대학 캠퍼스 내 60만 평방피트 규모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투자 발표 당시 반도체법을 통한 자금 조달에 프로젝트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반도체법의 세부 조항이 공식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현황과 정부 보조금 등을 종합 검토, 약 2년간 장고한 끝에 최종적으로 공장을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퍼듀대학교와 R&D 관련 파트너십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스카이워터의 변심으로 최근 SK하이닉스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로 급부상하고 있던 인디애나주의 성장세도 한 풀 꺾이게 됐다. 스카이워터는 인디애나주가 확보한 반도체 관련 투자 중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인디애나주는 전통적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돼 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적극 추진, 2022년부터 8개 기업이 60억 달러 이상 투자를 결정했다. 2100개 이상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스카이워터가 빠지면서 인디애나주의 반도체 투자 성과에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AI 칩 핵심 부품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협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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