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폴란드 정부 대표단이 방한 기간 동안 한국 무기의 생산 이전을 집중 논의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출의 조건으로 전 정권 때부터 논의됐던 기술 전수와 현지 생산을 다시 검토한다. 추가 계약의 선제 조건인 금융 지원도 협의하고 한국과 방산 협력을 강화한다.
23일 폴란드 방산 전문지 밀매그(MILMAG) 등 외신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 국방부 차관과 마르친 쿨라세크 국가자산부 차관 등 폴란드 정부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 중이다. 전날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회동해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기업과 공장을 방문하는 한편 국산 다연장 로켓포 천무의 발사 시연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K9 자주포와 K2 전차의 현지 생산 문제다. 전 정권 시절인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 때 논의했던 기술·생산 이전을 처음부터 다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672문을 수출하는 내용의 기본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8월 212문에 대한 1차 수출 이행계약을, 이듬해 말 K9A1 6문과 K9PL 146문 등 152문 물량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브와슈차크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추가 계약을 두고 “기술 이전 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폴란드 현지에서 탄약과 부품 등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로템과는 폴란드 포즈난에 K2 전차 공장 건설을 모색해왔다. 폴란드 군비청은 2022년 7월 1000대 규모의 수출 기본계약을 맺고 한 달 후 180대 규모 1차 계약을 체결했다. 820대 규모 2차 계약만 남겨둔 가운데 500대는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연구를 통해 현지 생산의 타당성도 살폈다. 현대로템의 요청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최소 500대를 폴란드에 생산해 최대 1000대를 공급한다고 가정할 시 현지 방산 산업의 수익은 28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에 창출될 일자리 수는 최대 3만4000개에 달한다. 대표단은 폴란드 생산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자금 조달도 주요 논의 주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작년 말 체결한 152문에 대한 계약은 금융 지원이 오는 6월까지 확정돼야 한다. 추가 수출을 위해선 조속한 금융 지원이 필수다. 다만 지원 주체인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증액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부 물량만 추가 계약이 이뤄지거나 한국 정부가 금융보증을 설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대표단은 이번 방한 기간 천무 계약 문제 또한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남은 70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천무 288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218대 구매를 먼저 확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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