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동 지역 국가에 대한 대규모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출 제한을 지지했다. UAE가 미국에 한층 밀착해 ‘오일머니’를 앞세워 AI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가속기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마르 빈 술탄 알 올라마 UAE 인공지능(AI)·디지털경제부 특임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첨단 칩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알 올라마 UAE 장관은 UAE가 전략적 위치로 인해 직면한 지정학적 문제를 언급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또는 중국과 협력하며 AI 분야에 뛰어드는 추세다. 중동이 AI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중동에서의 기술적 영향력을 두고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UAE는 오일머니를 통해 헬스케어부터 군사 무기까지 전 분야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에 알 올라마 장관은 미국과 기술 발전 분야에서 전략적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이미 미국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4월 UAE 국영 AI기업 G42에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 양국 간 기술 협력의 신호탄을 쐈다. MS의 투자를 계기로 G42는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미국 주도의 AI 패권 경쟁에 합류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MS의 G42 투자에는 G42 운영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는 협약이 포함된 만큼 사실상 미국과 UAE가 정부 차원에서 손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계약은 양국 정부의 1년간 치열한 협상 끝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G42는 오픈AI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AI 개발은 물론 미국과 오래된 동맹을 강화하려는 UAE의 의지를 드러냈다. UAE는 AI 부문에 필수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몇 주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 등으로 향하는 AI 가속기 수출 허가 신청을 지연시키고 있다. 해당 국가에 수출된 반도체 기술이 중국 기업들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 제재로 인해 미국 최첨단 반도체 수입 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를 통해 첨단 반도체에 접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특화한 칩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조립해 만든다. 특히 미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등이 대규모로 AI 가속기를 판매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이 최근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AI 가속기 대량 수입에 나서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중동 수출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MS와 AMD, 구글, 인텔 등은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협력 조직을 구성해 엔비디아 추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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