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한국 해운산업이 심상치 않다. ‘나 홀로 HMM’에 힘입어 국내 해운 산업이 순항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으나 신조선 발주가 사실상 ‘제로'(0)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넛크래커’(호두까기 도구)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클락슨(Clarksons)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8557만 톤(GT·2383척) 가운데 한국은 168만 톤(36척)으로 1.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홍콩의 324만 톤(4%·67척)에도 밀렸다.
1위인 그리스는 1683만 톤(299척)으로 20%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1064만 톤(12%, 358척)과 864만 톤(10%, 212척)으로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싱가포르 586만 톤(7%, 154척) 등의 순이었다.
올 들어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5월 간 국가별 발주량은 그리스가 578만 톤(17%·97척)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싱가포르 434만 톤(13%), 중국 296만 톤(9%), 홍콩 183만 톤(5%), 일본 176만 톤(5%) 순이다.
그리스와 중국, 싱가포르가 ‘질주’하는 반면, 한국은 73만 톤으로 전 세계 발주량(3464만 톤)의 2.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한국 발주량은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한국의 평균 발주량이 469만 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18년 한국은 785만 톤을 발주하며 전 세계 물량의 11.7%를 차지했으나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와 올 1~5월 신조선 발주가 급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기선사를 중심으로 초호황을 누리면서 많게는 수천억 원, 적게는 수십억 원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국내 선사들이 신조선 발주를 않는 것은 한마디로 투자할 이유를 못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신조선 비용이 치솟은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그리스나 중국 선주들은 공격적 신조선 발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2, 3년만 더 이어질 경우 한국은 글로벌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그리스와 일본 등을 따라잡기는 커녕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무엇보다 중견 선사들의 투자가 끊겼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와 올 1~5월 발주된 242만 톤 중 대기업인 HMM과 현대글로비스 물량이 186만 톤으로 81.2%를 차지했고, 이를 빼면 발주량은 45만 톤(18.8%)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선대 확대를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마찬가지로 선대 확대를 위해 도입된 ‘톤세 제도’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영국 선박가치 평가기관인 베슬스밸류(VesselsValue)가 지난 2월 발표한 세계 10대 선주국가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선박 총가치 670억1800만 달러로 6위에 랭크됐다. 1위는 일본(2063억 달러)이 차지했으며, 이어 중국, 그리스, 미국, 싱가포르가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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