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82%] 챗GPT 시대, ‘원더랜드’의 감성적 접근법
만약에 말이다.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그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할 수 있어서 복원을 했다고 치자. 당신은, 그 사람을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으로 생각하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5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랜드’가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원더랜드는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대상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들어진 영상통화 서비스. 오픈AI의 챗GPT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의 미래형 쯤으로 생각하면 될까.
영화는 죽음을 앞두고 어린 딸을 위해 인공지능으로 자신을 복원시키는 바이리(탕웨이)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그리며 인공지능으로 복원시킨 정인(수지), 두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생전 펀드매니저였던 바이리는 고고학자로 복원돼 해외 발굴 현장에서, 우주인이 된 태주는 우주에서 남겨진 이들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건다. 이들은 친구 같은 엄마로, 다정한 ‘남친’으로, 남겨진 이들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동시에 영화는, 인공지능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포착한다. 바이리의 딸 지아는 영상통화 너머의 엄마를 직접 만나고 싶어하고, 인공지능 태주와 영상통화 후의 정인은 쓸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정인이 의식을 되찾은 태주를 꼭 끌어안고 “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사무치게 외로웠던 정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원더랜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교감을 그리면서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담는다. 이별과 상실, 기억, 관계, 정서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까닭에 영화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했지만 그 어떤 휴먼드라마 이상으로 사람 냄새를 풍긴다.
‘원더랜드’가 와닿는 건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여서만이 아니라 영화가 그리는 세상이 현실과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이후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화가 가능해졌고, 창작 등 인간의 고유한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어느 새 산업이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 머지 않은 일일 수 있기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원더랜드’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감독: 김태용 / 출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그리고 공유 / 제작: 영화사 봄, 기린제작사 / 장르: 드라마 / 개봉: 6월5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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