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국제시장’, ‘서울의 봄’, ‘7번방의 선물’, ‘암살’, ‘광해, 왕이 된 남자’, ‘택시운전사’, ‘변호인’.
역대 한국영화 흥행 상위 20위권 작품 가운데 실화 또는 실존인물을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펼친 작품들이다. (역사적)사실(fact)에 작가와 감독 등 창작진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fiction)를 덧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를 뜻하는 ‘팩션’ 장르 영화이기도 하다.
팩션 영화는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관객을 만나왔다.
2019년 영화진흥위원회가 펴낸 ‘실화 기반 영화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04년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중적 성공 이후 실화 기반 영화의 제작이 더욱 촉발”됐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부각시키거나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역사·시대극,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실화, 범죄물, 법정물, 사회고발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만들어졌다.
가이드라인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연 5편 이하” 편수에서 “2003년 5편, 2004년 13편, 2005년 7편, 2006년 11편, …, 2014년 24편, 2015년 22편, 2016년 13편, 2017년 20편, 2018년 14편 이상” 작품이 선보여왔다고 썼다. 2011년에는 무려 40편에 달하기도 했다.
‘서울의 봄’을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 ‘남산의 부장들’, ‘노량: 죽음의 바다’, ‘모가디슈’, ‘영웅’ 등 2020년대에도 팩션 장르 작품의 힘은 줄어들지 않으며 한국영화 흥행 상위 200위권에 안착했다.
이처럼 팩션 장르 영화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왜일까.
가이드라인은 “실화에 기반한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영화의 내용이 현실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정보를 제공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배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과 허구의 설정을 추가해 각색을 하기 때문에 관객의 흥미를 증폭시킬 수 있으며, 관객이 관심을 갖는 장르에 맞춰 다양한 유형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사례를 재조명해 사회 문제를 환기시키고 해결하는 효과까지 달성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근 1000만 관객 동원 흥행작인 ‘서울의 봄’의 경우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바탕으로 당일 긴박했던 9시간의 이야기를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관객들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것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분위기를 다시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또 한 편의 팩션 장르 영화가 온다. 8월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이다.
영화는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됐던 그해 10월26일 벌어진 대통령 암살 사건에서 출발한다.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인으로 나선 정인후(조정석)가 불공정한 재판 과정에 맞서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삼는다. 여기에 이를 지켜보며 역사의 흐름을 틀어쥐려는 합동수사단장 전상두(유재명)의 모습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26 사건이 몰고 온 정치적·사회적 혼란 속에서 군사법정에 선 한 장교와 그를 살려내려는 변호인의 시선과 이들이 지녔던 세상과 역사의 가치를 되살려낸다는 기획의도를 드러냈다.
영화는 2005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로부터 2020년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최근작 ‘서울의 봄’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담아낸 작품들의 분위기를 잇는 기대작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시대 ‘광해군일기’에 실린 4문장의 기록을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펼친 2012년작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00만여 관객을 불러 모은 추창민 감독의 또 다른 팩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치를 더해준다.
그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그대를 사랑합니다’, ‘7년의 밤’ 등을 통해 촘촘한 구성력과 연출력을 과시하며 호평받아왔다.
‘행복의 나라’ 제작사 오스카10스튜디오의 장진승 대표와 파파스필름의 이준택 대표는 “추창민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실존인물을 토대로 엄중한 상황에 놓인 가상의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갔는지를 정밀한 밀도를 갖춘 균형감각의 시선으로 펼쳐 보이려 했다”며 입을 모아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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