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오디션을 포기하려는 필선에게 친구는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선은 대꾸한다.
“왜 없노? 내가 이리 매력 있는데!”
자신에 대한 믿음과 당당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제작 안나푸르나필름) 속 필선을 보고 있으면, 이를 연기한 배우 이혜리와 꽤 닮은 느낌이 든다.
실제 박범수 감독과 제작사 대표는 “필선 역할은 혜리밖에 할 사람이 없다”면서 이혜리를 몇 달 동안 설득하며 기다렸다.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혜리는 당시를 돌이키며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는데 ‘과연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필선이는 멋있는 친구인데, 나한테도 그런 부분이 있나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극중 ‘춤생춤사’ 댄서 지망생인 필선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힙합 댄스와 치어리딩, 사투리 등에 도전해야 했다. 이런 부분 또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저를 못 믿었던 것 같아요. (제작사)대표님과 감독님이 몇 개월 정도 설득했는데, ‘혜리밖에 할 사람이 없다’ ‘필선이는 혜리여야 한다’고 말해줬죠. 제 자신도 저를 못 믿었는데 저에게 믿음을 보여주셨어요.”
극중 필선은 친구들이 동경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사랑스우면서도 의리까지 있는 인물이다. 춤도 잘 추기 때문에 교내에서 인기도 많다. 한 마디로 ‘E 중의 E’이자 ‘인싸’로 설명할 수 있다. ‘파워 연예인’이자 연예계 대표 마당발인 이혜리의 모습이 겹친다.
● “걸스데이 멤버들, ‘춤 잘 추는 애였어?’라며 놀라”
1984년도 거제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던 여고 치어리딩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빅토리’는 ‘댄스 콤비’인 필선과 미나(박세완)가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학교 내에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고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면서 벌이는 이야기다.
만년 꼴찌인 거제상고 축구부를 응원하면서 그 힘으로 높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이들은 자신과 친구, 더 나아가 이웃과 가족까지 모두를 응원한다.
댄서 지망생이자 치어리딩에 도전하는 필선 역을 소화하기 위해 이혜리는 다양한 춤을 선보여야 했다. 영화에서 춤으로 표현해야 하는 노래만 무려 11곡이었다.
이혜리는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 출신이지만, 활동 당시 췄던 안무와 ‘빅토리’ 속 춤이 전혀 달라 기초부터 다져야 했다.
“힙합은 촬영 4개월 전부터, 치어리딩은 3개월 전부터 준비했어요. 처음에 11곡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막막하더라고요. 심지어 사투리까지 해야 되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빅토리’에서 이혜리는 힙합부터 치어리딩을 맞춤옷을 입은 듯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그는 “VIP 시사회 때 걸스데이 멤버들이 왔는데, 영화를 보고 ‘너무한 거 아니냐’ ‘너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애였어?’라고 했다”면서 “연습실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이 생각났다. 사실 연습생 기간이 엄청 짧은데, ‘빅토리’를 통해 연습생을 경험했다”고 미소 지었다.
● “‘응답하라 1988’ 덕분에 지금의 나도 있어”
이혜리의 대표작은 2015년 방송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꼽을 수 있다. 극중 성덕선 역할을 맡은 이혜리는 티 없이 밝고 단순하지만 가족들을 사랑하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덕분에 ‘빅토리’의 필선과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의 비교도 이뤄지고 있다. 이혜리는 “덕선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응답하라 1988’은 영광스럽고 뿌듯한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덕선이를 연기한 이후)어떻게 하면 달라 보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의 필선이 매력적이고 건강해서 그 캐릭터만의 매력이 있기에 덕선이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빅토리’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맡은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그려서 그 캐릭터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2010년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 예능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리는 “기회는 지금뿐이야”라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포기하거나 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지금 그 장면이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결과물을 볼 때 너무 속상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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