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우세였던 8월 여름시장에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달 14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8월에만 17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외국영화가 선전했다.
3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8월1일부터 31일까지 외국영화 관객 수는 456만명으로, 외국영화 점유율은 38.7%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영화 점유율이 58.9%를 기록했던 2010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에이리언: 로물루스'(감독 페데 알바레즈)의 흥행이 올해 외국영화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버려진 우주 기지에서 외계 생명체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되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로, ‘에이리언’ 프랜차이즈의 7번째 작품이다. 8월에만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56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7월31일 개봉한 영화로 같은 기간 403만명을 동원한 ‘파일럿'(감독 김한결)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외국영화의 점유율 상승은, 한국영화의 점유율 하락, 한국영화의 부진으로 풀이된다. 올해 8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61%로 2022년 8월 81%, 2023년 8월 64%에 이어 3년 연속 하향세를 나타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와 같은 날 개봉했던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빅토리'(감독 박범수) 한국영화 기대작 2편이 아쉬운 성적을 내면서 한국영화가 움츠러들었다. 이 기간 1979년 10월26일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에 관련된 자들의 재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행복의 나라’는 68만명, 1999년 거제도를 배경으로 치어리딩 동아리 결성 과정을 통해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빅토리’는 3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8월은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강했던 시기다. 특히 7월 말부터 큰 흥행을 노린 100억~200억원대 한국 대작 영화들이 쏟아지며 8월은 지난 10년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70%를 상회할 정도로 월등히 앞섰다.
그나마 코미디 요소를 앞세워 여장남자 파일럿의 위장 취업 해프닝을 그린 ‘파일럿’이 흥행하며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한국영화 점유율의 하향세는 한국영화의 힘든 현실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8월 한국영화 개봉편수도 51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편이 줄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름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점유율 등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여줬는데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한국 영화산업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파일럿’ 외에는 흥행적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었고, 국내외 기대작 4편이 동시에 개봉한 것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제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졌다. 여름시장이라고 해서 흥행을 기대할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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