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푹 빠진 정년이가 된 배우 김태리의 출발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외딴 바다마을 목포에서 언니와 생선을 팔면서 살면서도 소리가 하고 싶은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시골 소녀 윤정년의 이야기가 12일 마침내 시작됐다. 이날 첫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연출 정지인)에서 타이틀롤 김태리는 한편의 드라마에 모든 걸 쏟아내려는 듯 순수하고 당당하면서도 재능과 용기, 기지를 두루 갖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년이’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소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윤정년을 중심으로 당대 인기를 끈 여성 국극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들이 주로 만든 창극인 국극에 뛰어든 정년이가 경쟁과 연대, 사랑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김태리는 이미 ‘원작의 팬’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 누구보다 의욕을 보였고, 출연을 확정하고 3년 동안 소리 연습에 몰두할 만큼 완성도에 공을 들였다.
특히 정년이가 배우를 꿈꾼다는 사실에서 김태리는 인물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태리는 “정년이가 배우가 되려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며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단일한 색채를 가진 드라마”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빠른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성장
기대 속에 출발한 ‘정년이’ 1회는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노래하던 정년이가 서울의 유명 국극단의 오디션에 응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김태리에게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반드시 국극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정년이가 엄마 용례(문소리)의 극심한 반대를 뚫고 결국 서울로 향하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들끓는 에너지가 이야기를 꽉 채웠다.
‘정년이’는 총 12부작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의 성장을 빠른 속도로 다룬다. 1회 역시 정년이와 매란국극단의 스타 문옥경(정은채)의 만남과 관계에 집중한 동시에 이들 주변의 국극단장 강소복(라미란), 국극 배우 서혜랑(김윤혜), 정년의 언니 정자(오경화) 등 여러 캐릭터들의 개성과 상황까지 밀도 있게 담았다.
이날 ‘정년이’가 기록한 시청률은 4.8%(닐슨코리아‧전국기준)이다. 전작인 정해인‧정소민 주연의 ‘엄마친구아들’의 1회 시청률(4.9%)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올해 방송가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기록 면에서는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다. ‘시청률 분산의 여파’로 풀이된다.
밤 9시20분 시작하는 ‘정년이’와 방송 시간이 일부 맞물리는 한석규 주연의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하루 먼저인 11일 밤 9시40분 방송을 시작했다. 첫 회 시청률 5.6%를 기록했고, ‘정년이’와 같은 날 방송한 2회는 소폭 하락해 4.7%에 머물렀다. 아직 드라마 초반인 만큼 우열을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 극이 진행될수록 두 작품의 기록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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