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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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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시간은 빠듯한데 유럽여행에서 최대한 많은 걸 얻어가려면 이탈리아에만 있으라고. 도장 깨기 식으로 국경 이동하다 시간 날리느니 볼거리 많은 이탈리아 하나가 낫다는 거다. 소도시의 낭만과 아기자기함, 아름답고 클래식한 건축물과 세련된 패션, 자체로 역사가 되는 도시, 그리고 빛나는 지중해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여기까지 읽고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탈리아 하나만?’ 생각이 든다면 주목. 본격 이탈리아 여행 욕구를 샘솟게 해줄 영화들을 소개한다.

1. 레터스 투 줄리엣

베로나의 관광명소 ‘줄리엣의 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실제로 줄리엣의 집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내면 가상의 줄리엣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는 낭만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이 이벤트가 모티브가 되어 영화의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작가 지망생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는 전 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우연히 50년 전 쓰여진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고, 편지 속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소피 앞에 편지의 주인공과 그녀의 손자(크리스토퍼 이건 분)가 나타나고, 그들은 50년 전 놓쳐버린 첫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여주인공 소피가 베로나에서 쓴 소설 원고를 본 편집장이 “이탈리아 항공 주식이나 사둬, 독자들이 다들 베로나로 떠나고 싶어 할 테니까!” 라는 대사를 날린다. 안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베로나인데 선남선녀의 알쏭달쏭한 로맨스까지 겹쳐지니 도시가 더더욱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탈리아 당국에서 관광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시를 멋지게 담아냈다.

2. 냉정과 열정 사이

일본 로맨스 영화의 바이블로 잘 알려진 영화로 다케노우치 유타카 주연작이다. 헤어진 연인들이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 때문에 영화 개봉 후 피렌체 관광객들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본인 관광객들의 낙서도 늘면서 물의를 빚는 일도 발생했다고.

헤어진 연인과 10년 만에 재회를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재회한 연인의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이전과 다르게 냉랭한 모습의 전 연인을 봐야 한다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잔인한 상황설정이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관객들은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 분)와 아오이(진혜림 분)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가 함께 가줄래?”

영화 속 유명한 명대사가 실제로 이뤄지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볼 일이다. 단 한번이라도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명대사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영화만큼이나 사운드트랙도 유명하다. 영화를 대표하는 피아노 곡인 ‘The Whole Nine Yards’을 들으며 피렌체 두오모를 걷는다면 분명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테다.

3. 리플리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실제로 믿는 증상을 ‘리플리 증후군’이라 한다. 1955년 쓰인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실제 원작 소설에서 ‘리플리 증후군’의 이름이 유래했다. 앳된 모습의 맷 데이먼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에서 일하는 리플리(맷 데이먼 분)의 삶. 어느 화려한 파티 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한 부호의 눈에 띄게 된다.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그의 망나니 아들 디키(주드 로 분)를 찾아달라며 이탈리아 행 티켓을 쥐어 준다. 디키와 그의 연인 마지(기네스 펠트로 분)와 함께 다니며 상류층이 된 느낌에 흠뻑 빠지게 된 리플리는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상류층 행세를 하고 다니고, 그 욕망이 점점 커져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가짜 뉴스가 판 치고, SNS 속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범죄 스릴러 영화이긴 하지만 이탈리아의 풍경을 상당히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보면 좋을 영화로 꼽아봤다.

4.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티모시 샬라메를 할리우드 대세 배우 반열에 올려준 전설적인 작품. 1983년 이탈리아, 열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는 이탈리아 시골의 한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찾아오면서 그의 일상은 점점 특별함으로 물들어간다. 올리버는 엘리오의 첫사랑이 되어 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이별에 가슴 아파하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모습에 관객은 성별과 관계없이 묘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예쁘게 담아냈다. 이탈리아의 싱그러운 여름과 뜨거운 햇살, 찬란한 지중해 빛깔이 더해져 주인공의 첫사랑에 핑크빛 필터를 입힌다. 팬들 사이에서는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감각적인 포스터도 인기다. 올리버가 떠나기 전,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라며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라고 작게 읊조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여담이지만 이 명장면은 배우의 애드리브에서 나온 거라고.

5.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비올리스트 남편과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작가 제인(케이트 보스워스 분). 그녀는 남편의 출장을 따라 이탈리아로 오게 되고, 남편은 그녀를 홀로 두고 일하는데 바쁘다. 언제부턴가 어색해진 남편과의 관계와 좀처럼 써지지 않는 글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홀로 주변을 관광하던 중 열아홉 살 청년 케일럽(제이미 블랙리 분)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열정 넘치는 케일럽은 그녀에게 사랑한다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오는데, 그녀는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과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인은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며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할머니의 음성은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데, 그 음성이 내레이션으로 재생되며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풍경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는 이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불륜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 영화의 지향점은 ‘진정한 나로 거듭나기’에 있다. 주인공 제인은 인생에서 부족한 2%를 타인으로부터 채우려 했던 과거에서 해방되는 결말을 맞게 된다.

글= 맹소윤 여행+ 인턴기자

감수=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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