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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명의 맨발족 등장해 장관 이룬 ‘K-어싱 축제’에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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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첫날, 녹음이 짙게 우거진 서울숲은 아침부터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다행히 산들바람이 불어 나무와 풀이 만들어내는 향긋한 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도심 속 매연이 아닌, 청정의 자연향기를 맡자 온몸에 기운이 새로 생기는 듯 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등산복 차림을 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그냥 평상복인 이들도 여럿, 개량 한복 느낌의 독특한 복장을 한 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한 축제에 참가하려 모였다. 올해 첫 회를 맞는 K-어싱 축제가 그것이다. ‘어싱(Earthing)’이란 말의 첫인상은 생소했다. 하지만 한글이 아닌 영어 철자를 붙이자 대략 감이 왔다. 정확히는 맨발을 땅과 직접 접촉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맨발 걷기 활동을 일컫는다. 최근 맨발 걷기가 건강과 치유의 수단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주요 지자체에서 어싱길을 조성하는 등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번 K-어싱 축제는 십만 시간의 행복, 국제맨발걷기협회, 최보결의 춤의 학교가 함께 주최했다. 어싱과 커뮤니티댄스를 결합한 맨발과 춤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 접수와 현장 접수를 포함해 4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본식 시작 전부터 맨발로 다니는 참가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개회식은 맨발로 등장한 민병두 십만 시간의 행복 의장, 김도남 국제맨발걷기협회 협회장, 최보결 최보결의 춤의 학교 대표의 리본 커팅식으로 시작했다.

민병두 의장은 “어싱 축제를 통해 아름다운 서울숲에서 평소 삶의 속도를 멈추고 지구와 호흡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축제는 소주 브랜드 ‘참이슬’, 드라마 ‘미생’ 등의 글씨로 유명한 영묵 강병인 작가의 먹글씨 퍼포먼스로 막을 올렸다. 강병인 작가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붓으로 ‘숲’, ‘맨발’, ‘춤’ 글자를 완성해 나갔다. 특히 자원을 받아 참가자의 발 도장으로 ‘발’ 단어를 완성 시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최보결의 춤의 학교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70~80대의 시니어 무용수 세 명을 포함한 20여 명의 무용수들이 맨발로 나와 평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춤을 췄다. 최보결의 춤의 학교는 ‘누구나 춤을 출 수 있고, 모든 움직임이 춤이 될 수 있다’라는 모토로 한국 최초로 커뮤니티 댄스를 보급했고, 전 세계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선보인 작품명 ‘빨래’에서는 ‘일상의 노동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빨래터를 연상시키는 춤을 춰 눈길을 끌었다. 해당 공연은 빨래터에서 빨래방망이를 들고 욕하고 싸우다 방망이를 내려놓고 화해하며 서로를 축복해 주는 내용이다. 무용수들은 머리에 똬리를 얹고 조심조심 걷다 마주친 상대방과 인사하며 서로의 손에 똬리를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똬리는 선조들이 무거운 물동이를 이기 위해 머리에 개었던 고리 모양의 물건이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을 나르는 데 도움을 주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똬리’는 삶의 무게를 표방한다. 최보결 대표는 똬리를 서로의 손에 떨어뜨리는 춤을 통해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그룹 ‘비틀즈’의 존 레넌(John Lennon)의 노래 ‘이매진(Imagine)’에 맞춰 춤을 추며 시민들을 무대로 초대했다. 나이, 성별, 소속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두가 춤으로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최보결 대표는 참가자들을 위해 직접 천을 말아 제작한 각양각색의 똬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효과적인 맨발 걷기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보결 대표는 똬리를 머리에 얹고 떨어트리지 않게 천천히 걸을 것을 권장했다. 맨발로 땅을 딛고 균형을 잡기 위해 차근히 땅을 밟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지에 대한 경외심이 차오른다고 설명했다. 최보결 대표에 따르면 흙을 밟는 동안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일상에서 얻은 근심과 걱정을 땅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본격적인 맨발 걷기에 앞서 김도남 국제맨발걷기협회장은 정석적인 맨발 걷기 방법에 대해 설명하며 안전을 재차 강조했다. 김도남 협회장은 “고관절에 힘을 빼고 발뒤꿈치부터 도장을 찍듯이 천천히 걸어야 맨발 걷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명 ‘거북이 걸음’이라고 불리는 이 걸음을 직접 시연하며 부상을 얻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의 말이 끝나자 너도 나도 신발과 양말을 벗기 시작했다. 좋은 날씨 때문인지 축제가 아닌 각자의 이유로 서울숲을 찾은 방문객들도 즉흥적으로 행렬에 참가했다. 수백 명이 맨발로 땅을 디디고 있는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최보결의 춤의 학교 측에서 미리 준비한 똬리를 하나씩 참가자들에게 전달했다. 직접 받아본 똬리는 삼베 재질의 천을 도넛 모양으로 돌돌 만 형태였다. 생각보다 가벼운 똬리를 머리에 올리자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걸음이 느려졌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맨발 걷기는 서울숲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약 100분간 진행했다. 서울숲 안에 자리한 야외무대에서 시작해 가족 마당을 중심으로 넓게 한 바퀴를 도는 코스로 이어졌다.

드문드문 보이는 외국인은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외국인 참가자 중 한명에게 K-어싱 축제에 참여하게 된 경로를 묻자 “산책을 위해 서울숲을 방문했는데, 맨발로 춤을 추는 공연에 이끌려 참여했다”고 답했다. 맨발로 걷는 것이 생소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맨발로 걷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에서 어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를 따라 도착한 은행나무 숲에서는 직접 춤을 추는 시간도 가졌다.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인사하며 상대의 손에 똬리를 떨어뜨렸다. 최보결 대표는 고개를 숙이는 행위를 통해 목뒤에 위치한 풍부혈이 늘어날 때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해 건강을 증진한다고 설명했다.

잠시 어싱 참가자들끼리의 유대감을 다진 뒤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한참 걸어 후끈해진 열을 식히기 위해 서울숲 가장자리에 위치한 개울물을 건넜다. 흙, 풀숲, 젖은 돌멩이 등 다양한 곳에 발을 디디며 참가자들은 지구와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K 어싱 축제는 개막을 선언했던 야외무대로 돌아오며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준 간이 가방에서 샤워 티슈를 꺼내 더러워진 발을 닦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몇몇 이들은 어싱의 기운을 좀 더 느끼고 싶은지 맨발 그대로 더 걷는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맨발로 혼자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며 후기를 전했다. K-어싱 축제를 주최 측은 “첫 시작임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해 어싱을 공감할 수 있어 기쁘다”며 “매년 이맘때쯤 서울숲에서 K-어싱 축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밝혔다.

글=김지은 여행+ 기자,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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