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 올 여름 놓치면 안되는 제주 여행 스폿 7
매해 여름이 오면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리면 어떨까. 흰 눈이 몽실몽실 하늘에서 쏟아지면 무더운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텐데 하고 말이다. 물론 그러다 겨울이 오면 강렬한 태양빛을 그리워 할 테다.
올해 여름은 일찌감치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다. 그렇다 보니 말 그대로 시원한 곳으로 떠나는 피서(避暑)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단연 푸른 바다와 계곡이 꼽힌다. 여기에 보다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얹고자 한다면 역시나 제주만한 곳이 또 있을까.
에머랄드 빛 실크로드 ‘협재해수욕장’
제주 바다는 두 종류다. 예쁜 바다와 좋아하는 바다. 바다마다 분위기가 달라 취향에 맞는 바다를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제주 바다에 있다. 세화, 김녕 등 동쪽 바다가 자유로움이 넘치는 보헤미안 스타일이라면 협재, 판포 등 서쪽 바다는 보기만 해도 명랑하고 유쾌하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바다가 협재해수욕장이다.
비양도를 품고 있는 협재해수욕장은 금능해수욕장과 찰싹 붙어있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썰물 때면 은빛 모래밭이 신비한 융단처럼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일까.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서부터 힙한 스타일의 여행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바다를 두고 조화롭게 어울린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우빈과 한지민의 풋풋한 사랑 무대가 그려진 곳도 이 근처다.
▸협재해수욕장 :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497-1
▸한림⇆비양도 도항선 :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92, ㈜비양도해운
잊지 못할 여름 추억 한 장
‘사계해변+설쿰바당, 황우지 해안, 닭머르 해안길’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제주의 독특한 지형을 두 눈뿐만 아니라 사진에 담기를 원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곳이 있다. 용머리해안 일대와 사계 포구에 이르는 설쿰바당은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가 단단하게 굳어진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 바위 사이로 숭숭 뚫린 구멍이 이국적인 곳이다.
암석이 둥근 형태로 둘러져있고 암석 아래쪽으로 바닷물이 계속 순환하면서 만들어진 황우지 해안은 에메랄드 빛 바다를 품고 있다. 마치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 해 이름이 붙여진 닭머르 해안길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함께 저녁노을을 담을 수 있는 최고 스폿으로 꼽힌다.
▸사계해안 설쿰바당 :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황우지 해안 : 서귀포시 서홍동 766-1
▸닭머르 해안길 : 제주시 조천읍 신촌북3길 62-1
한 폭의 진경산수화 ‘소정방폭포’
장수를 기원하던 옛사람들이 겨울밤 서귀포에 떠오른 노인성을 보기 위해 애썼다면, 여름에는 폭포수를 맞기 위해 줄을 섰다. 300m가량 떨어진 정방폭포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이 바다로 바로 떨어져 흘러드는 신기한 모습의 소정방폭포. 폭포 높이가 7m 정도로 낮지만 음력 7월 15일인 백중날에 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면 일 년 내내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어 물맞이 장소로 사랑받는다. 이 물을 맞으면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하는데, 물이 차가워 오랫동안 물을 맞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제주 올레 6코스 중간에 있다.
▸소정방폭포 : 서귀포시 칠십리로 214번길 17-17
▸정방폭포 : 서귀포시 칠십리로 214번길 37
▸천제연폭포 : 서귀포시 천제연로 132(중문동)
짜릿한 시원함
‘논짓물, 삼양 셋다리물, 도두 오래물’
한라산에 떨어진 빗방울은 대부분 땅속으로 스며들어 땅 속을 오랜 시간 인내하면서 흘러 마침내는 태초의 물처럼 깨끗하고 정화된 상태로 다시 세상에 나온다. 이렇게 한라산에 스며든 비가 대수층을 흘러 바닷가 마을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용천수라고 한다. 지하에 오래 머물렀던 물이라 얼음처럼 시원한데, 이를 활용해 목욕탕이나 여름 물놀이 장소로 만든 곳들이 있다. 논짓물, 삼양 셋다리물, 도두 오래물 등이 유명하다.
▸논짓물 : 서귀포시 하예동
▸삼양 셋다리물 : 제주시 삼양1동 1938-9
▸도두 오래물 : 제주시 도공로2
푸른 바다 거북과 춤을
‘수중비경-문섬, 섶섬, 범섬’
해수욕, 서핑, 일광욕, 해루질 등 제주 바다를 즐기는 수많은 방법 중 요즘 가장 힙한 것은 제주 속살을 들여다보고 제주 바다와 하나가 되는 다이빙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매년 1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스쿠버다이빙 명소가 된 제주는 한국 바다 생태에 열대 바다 요소까지 더해져 독특함을 자랑한다. 스쿠버다이빙 메카로 불리는 서귀포 앞바다에는 분홍바다맨드라미 군락을 비롯해 제주 고유종, 다양한 산호, 건강한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다.
▸문섬(서귀포해양도립공원) : 서귀포시 칠십리로
▸섶섬(서귀포해양도립공원) : 서귀포시 마소물로
▸범섬(서귀포해양도립공원) : 서귀포시 법환동
바다 위에 그린 또 다른 섬 ‘우도’
제주가 품고 있는 섬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섬 우도. 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섬인 우도가 이번에는 오스트리아 최고 작가의 작품을 품었다. 강렬하고 담대한 선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대표 작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 바서를 주제로 한 건축물이 우도에 자리를 잡았다.
훈데르트 바서 파크는 훈데르트 바서 뮤지엄, 리조트 공간인 훈데르트 바서 힐즈, 갤러리, 카페 등이 모인 복합 공간이다. 절제와 여백이 특징인 동양화와 꼭 닮은 우도를 배경으로 서양 예술이 합쳐, 우도는 언제나 그렇듯 예술이다.
▸우도(해양도립공원) : 제주시 우도면 삼양고수물길1
▸성산⇆우도 도항 선착장 :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130-19
▸훈데르트힐즈 :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32-24
풍차길 따라 제주를 달린다 ‘신창풍차해안도로’
언제 어디서든 멋있는 석양의 유일한 단점은 모든 풍경을 하나의 색감으로 통일시켜 풍경의 질감까지 획일화시킨다는 것. 신창풍차해안도로에서는 다르다. 바다, 정자, 풍력발전기, 등대, 돌들이 석양의 압도적 힘 앞에서도 올곧게 자신들의 형태와 질감을 유지한다. 아니 석양을 받아 고유한 질감은 신비한 아우라까지 띤다.
그 사이를 걸어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모델이고, 누구나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신창풍차해안도로 석양에선 누구나 시인이 된다.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풍력발전기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도 이국적이지만, 그 끝에 펼쳐지는 차귀도의 풍경은 예술에 가깝다. 맑고 대기가 깨끗한 날엔 차귀도와 수월봉의 낙조를 담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로 붐비는 이유가 그것이다.
▸신창해안도로 :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1322-1
장주영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