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은 그간 진행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각기 다른 활동을 한다. 그중에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연말을 맞이해 다른 사람과 다른, 더욱 특별한 명소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보다 특별한 연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전국 방방곡곡 숨은 여행 명소를 소개하고 그 매력을 전하는 책 3권을 소개한다. 이번 해의 마지막을 여행으로 장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더욱 특별한 여행을 떠나 보는 게 어떨까.
the ORANGE 머묾 여행
박상준 송윤경 조정희 / 여가로운 삶
여행을 떠나다 보면 유독 더 마음이 가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해당 장소에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또 다른 보물 같은 곳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나만의 여행 명소를 물색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 바로 ‘the ORANGE 머묾 여행’이다. ‘the ORANGE 머묾 여행’은 세 명의 여행작가가 각자가 아끼는 비밀스러운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다. 단지 몇 장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각 작가가 선호하는 곳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 설명하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
작가는 생각이 시작된 곳, 감각과 감성의 조화가 일어난 곳,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만나 영감으로 재탄생한 곳을 선별해 독자에게 전한다. 서울, 부천 등 수도권부터 남원, 전주, 부산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자리한 보석 같은 장소를 꼽았다. 특히 도서관, 천문대, 미술관을 비롯한 다채로운 특징을 자랑하는 명소를 소개하고 있기에 독자는 취향에 따라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신발 벗고 누워서 책을 읽고, 만지는 광경이 자연스럽다. 찾아오는 길이 아무리 까다로워도 이런 평온한 장면들이 그리워 이따금 이곳을 찾게 된다. 때로 시를 읽으며 공감하고, 시에게 위로받으며, 내 일상의 어둠을 조금씩 걷어내고는 했다. 이제 엄마는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예전처럼 내게 농담을 건네신다.
가족의 안녕에 마음속 조명이 켜진다. 이제 더 이상 어두운 감정을 달래기 위해 시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시가 주는 언어와 공간이 전하는 사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떠난다.
어느 날은 나만의 쉼터, 또 어느 날은 아름다움을 탐닉하게 해주는 공간에서 오늘도 시를 읽는다. _P. 267
우리는 보통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편히 쉬며 자유를 누리고자 여행한다.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이를 버리고자 떠난 길에서 숨을 고르고 머릿속을 정리한다. 저자는 여행객의 일반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이에 여행지를 소개함과 동시에 해당 장소에 담긴 사연을 함께 말한다. 짧게 전한 이야기이지만 독자가 위로와 격려를 받기엔 충분하다.
공원의 위로
배정한 / 김영사
그렇다고 공원에 대한 단조로운 설명만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책은 공원을 ‘도시의 멀티플레이어’라고 칭하며 공원의 다채로운 면과 역사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현재 공원이 어떠한 모습인지, 앞으로 공원과 도시를 어떻게 가꾸어야 할지 묻는다.
좋은 자리에서 거주하고 노동하며 산다는 건 참 지난한 일이다. 평범한 도시인이 가질 수 있는 자기 자리는 좁은 집과 작은 일터가 전부다. 집과 직장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틀에 박힌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작은 여유와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자리가 필요하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의 개념을 빌리면, ‘제3의 장소’라 말할 수도 있겠다.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위로와 환대의 장소. 하지만 자본주의 도시에서 그런 자리는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공 공간이 필요하고 함께 쓰는 공원이 중요하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나의 공원. 이런 공원이 많은 도시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_7쪽, 〈책머리에 · 공원이 온다〉에서
여행이 거창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공원의 위로’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누구나 산책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공원을 걷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음과 더불어 공원의 구조와 미학은 물론 도시와의 관계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내년 공원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에이든 국내여행 가이드북
이정기, 타블라라사 저 / 타블라라사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올해가 가기 전 꼭 여행은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터.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다면 ‘에이든 국내여행 가이드북’에 주목하자. 책은 한국관광공사, 산림청 등 국가가 지정한 명소부터 지역별 꼭 가봐야 할 대표 관광지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그렇다고 이미 모두가 아는 유명한 여행 명소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계절 여행지는 물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여행지까지, 지역별로 안배해 선정했다.
<수많은 수모를 겪고 2010년이 돼서야 제자리를 찾았어>
1395년 태조 4년 창건된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좌우에는 해태상이 설치되어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이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과 함께 재건하였으나, 1927년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해체하여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2010년 원래의 모습과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복원작업으로 재건되었다.
_p174
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문제없다. 언제 방문해도 살필 수 있는 고려, 백제, 신라, 조선의 역사 이야기를 책에 수록했다. 물론 역사뿐 아니라 맛, 액티비티, 계절을 비롯한 20개의 테마를 콘셉트로 여행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 책을 참고해 함꼐하는 사람, 방문하는 때에 맞춰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 보자.
책이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여행의 설렘’이다. 저자는 여행할 순간을 꿈꾸며 어디를 어떻게 돌아볼지 계획하는 순간을 여행의 시작이라고 봤다. 그만큼 책은 여행자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에 집중했다. 먹거리, 볼거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명소를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가기 전, 여행의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참고해 오롯한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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