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무릎 꿇린 호주 멜버른 커피 성지 3

멜버른은 호주에서 ‘커피의 수도’로 불린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를 무릎 꿇린 곳이 바로 호주의 커피 시장이다. 그만큼 호주는 커피 강국이면서 자국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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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유명한 원두 농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커피 문화가 발달했다. 호주에 커피가 처음 도입됐던 건 1770년대 유럽인들의 이주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호주가 독보적인 커피 문화를 갖게 된 건 1950년대 이후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에스프레소를 도입하고 멜버른 항구를 통해 카페 문화를 확산시켰다. 이 시기부터 멜버른은 본격적으로 커피 문화를 정립해갔다. 무엇보다 멜버른에는 작지만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로컬 커피 전문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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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한국과 커피 메뉴가 다르다. 메뉴판에는 보통 블랙(Black)과 화이트(White)로 구분된다. 에스프레소만 있다면 블랙, 우유를 추가하면 화이트다. 푸어 오버(Pour Over)는 흔히 말하는 드립 커피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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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는 숏 블랙(Short Black)이고 롱 블랙(Long Black)은 흔히 아메리카노와 같다고 말한다.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는 농도가 다르지만 두드러진 차이점은 제조 순서가 완전히 반대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붓는다. 하지만 롱 블랙은 이와 반대로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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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들이 롱 블랙을 고집하는 이유는 부드러운 크레마를 즐기기 위해서다. 에스프레소 추출 시 ‘크레마’라는 원두 고유의 얇은 거품이 생긴다. 아메리카노는 물을 붓게 되면서 크레마가 사라지는데 롱 블랙은 이 거품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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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커피의 시그니처는 ‘플랫 화이트’라고 할 수 있다. 플랫 화이트는 호주에서 만들어졌고 가장 인기 있는 커피이기도 하다. 플랫 화이트는 스팀 우유로 만들어진 라테보다 진한 맛을 나타낸다. 플랫화이트보다 작은 사이즈가 피콜로 라테다. 멜버른에 가면 피콜로 라테를 맛볼 것을 꼭 추천한다. 호주인 특유의 커피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과 달리 멜버른 카페는 보통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나 늦어도 5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멜버른 사람들은 보통 오전에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방문하려는 카페가 있다면 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낭패를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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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출근 전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게 보통이다. 멜버른 사람들에게 카페는 만남의 장소이자 스몰 토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었다. 각자의 아침 컨디션이 어떤지, 취향이 무엇인지 직원과 손님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커피를 마시는 게 익숙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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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멜버른 사람들 정신적 기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한 잔의 커피가 내어준 여유를 소소히 만끽하며 출근 전 기력을 충전하고 있었다. 멜버른 카페의 장점은 다른 도시에서 만나볼 수 없는 정서와 유대감에 있다. 그리고 멜버른 카페엔 없는 게 세 가지가 있었다. 진동벨, 허세 그리고 조급함이었다. 분주한 아침에도 바리스타와 점원은 고객에게 커피를 가져다준다. 맛과 향에 집중한 커피의 간결함과 고급스러움도 인상 깊었다. 멜버른 골목들은 구석구석 이름난 카페 골목이 있다. 멜버른에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든 카페가 있다. 멜버른 커피 문화를 이끌고 있는 카페 세 곳을 직접 찾았다. 유명세에 비해 의외로 규모는 작았지만 바리스타와 고객 모두 카페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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듁스 커피 로스터스(이하 듁스 커피)는 멜버른에서 꼭 가봐야 하는 가장 유명한 카페이자 커피 덕후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워낙 유명하고 마니아층이 두꺼워 한국에서도 이곳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들이 있다.

플린더스 레인(Flinders Lane)에 위치한 듁스 커피는 사실 카페 브랜드가 아닌 멜버른 연고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 회사다. 2008년 시작해 섬세하며 매일 일관성을 유지하는 로스팅을 하기로 유명하다. 듁스 커피는 전세계 커피 재배 농가 및 협동조합을 통해 최고 맛있는 원두를 선별해 선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대기줄은 기본이었다.

인테리어는 재활용 타일과 재생 목재를 사용했다. 최소한의 좌석으로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애쓴 흔적이 보인다. 커피를 주문하면 줄이 아무리 길고 매장이 바빠도 점원이 자리로 가져다준다. 필터 커피를 주문할 것을 추천한다. 가장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예전엔 아이스 커피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많이 판매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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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커피 브루어스(이하 패트리샤 커피)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없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다. 검은 빌딩 앞에서 아침부터 웨이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단번에 이곳이 패트리샤 커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패트리샤 커피는 트렌디한 입식 카페의 면모가 물씬 풍긴다. 멜버른에서 소문난 커피 전문점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페로 손꼽는다고 한다. 굳이 좌석에 앉지 않고 그날의 날씨를 느끼며 커피를 마실 줄 아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실제 찾았던 날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꽤 내리고 있었는데도 줄은 길게 늘어져있었다.

패트리샤 커피는 공동 창업자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보엔 홀든(Bowen Holden)과 핍 히스(Pip Heath)에 의해 세워졌다. 메뉴판은 화이트, 블랙, 필터 이렇게 세 개가 전부다. 결제를 하고 커피 원두를 고르면 스파클링 워터를 마실 건지 물어본다. 커피 풍미를 더욱 잘 느끼게 하기 위함이란다. 무료로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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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 벽면에는 신문이 세워져있다. 신문 앞에서 커피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인증샷 맛집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직원들과 특유의 키치한 분위기가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커피와 즐길 베이커리와 디저트가 있어 간단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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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바바 부단은 세계적으로 첫번째 커피 밀수입자인 인도의 무슬림 수도사 ‘바바 부단(Baba Budan)’의 이름을 딴 카페다. 바바 부단은 예멘에서 커피 씨앗 7개를 밀반입한 전설적인 상인이다. 그래서인지 특유의 반항적이고 힙한 분위기로 멜버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특히 멜버른 유명 커피 수입업자인 마크 던돈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세븐 시즈 커피(Seven Seeds Coffee)에서 운영하는 멜버른 세 개의 카페 중 하나다. 테이크 아웃 손님은 밖에서 대기하면 점원이 가져다준다.

얼핏 보면 무심하게 느껴지지만 곳곳에 신경 쓴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의자를 천장에 걸어놓은 모습이 독특하다. 세븐 시즈 로고가 박힌 모자와 티셔츠 등 곳곳에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구운 샌드위치, 케이크, 페이스트리를 판매하고 있다. 세븐 시즈 커피 원두도 구입할 수 있으며 직접 갈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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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호주) =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