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항공사가 있다. 2024년 봄부터 올해 가을, 약 5개월 동안 짧고 굵게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린 스위스항공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스위스가 워낙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라서 그런지 매번 비행기를 꽉꽉 채워 운항했다. 여기에 대한항공도 지난 4월부터 인천~취리히 노선을 취항하면서 여행자들은 주 6일 취리히로 가는 비행편을 이용할 수 있었다. 11월 현재는 동계 시즌에 돌입한 상태라서 취리히 직항 노선은 없다. 스위스항공은 내년 봄 다시 인천~취리히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내년 여행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부지런한 여행객을 위해 스위스항공 비즈니스 좌석 후기를 준비했다. 황금연휴가 봄·가을로 포진해있는 2025년을 위해 미리미리 항공권부터 확보해놓자.
# 27년 만에 재취항…내년 봄에 다시 만난다
스위스항공은 스위스 국책항공사로 취리히 국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삼고 있다. 모기업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다. 2007년 인수됐다. 스위스항공은 2024년 5월 8일 인천~취리히 노선에 신규취항을 시작했다. 스위스항공이 한국에 취항하는 것은 1998년 김포~취리히 노선이 중단된 지 27년 만이라고. 스위스항공은 1986년 당시 ‘스위스에어’로 처음 김포~취리히 노선에 취항했었다. 이용 승객이 급감해 취항 12년 만인 1998년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스위스에어가 빠지면서 인천~취리히 노선은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주 3회 운항했었다.
스위스항공은 인천~취리히 노선에 A340 항공기를 투입했다. 좌석은 전부 215석으로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퍼스트 클래스를 포함해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 등 4개 클래스로 좌석이 구분된다. 세부 일정은 이렇다. 월·수·토요일 오전 9시 55분 인천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4시 50분 취리히에 도착한다. 취리히에서는 화·금·일요일 오후 1시40분 출발, 다음날 오전 8시 25분 인천에 내린다. 인천~취리히 노선은 10월 26일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한 상태다. 2025년 3월 7일부터 다시 비행기를 띄워서 올해와 마찬가지로 10월까지만 운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인기가 좋아서 2026년부터는 연중 운항을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인다.
# 공항 가는 길이 즐겁다…인천공항 라운지 2곳 이용 가능
스위스항공을 타고 취리히에 간 것은 10월 말이었다. 올해 마지막 비행기가 뜨는 날을 3일 앞두고 있었다. 일정상 취리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모기업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이용했다.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는 비즈니스 좌석 리뷰는 인천에서 취리히로 가는 편도에 한한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스위스항공 비즈니스 좌석은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리 알았으면 더 편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스위스항공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뜬다. 출발시간 약 2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대부분 체크인을 완료한 것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퍼스트클래스’라고 적힌 창구를 엄청 오래만에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비즈니스 라운지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스위스항공 비즈니스 승객은 아시아나 라운지와 실버 크리스 라운지 둘 다 이용할 수 있다. 탑승 게이트는 31번. 라운지 두 곳 모두 42번 게이트 근처에 있는데 서로 붙어있어서 이용하기 편리했다. 실버 크리스 라운지는 싱가포르항공에서 운영한다. 아시아나 라운지보다 크기는 작지만 훨씬 사람이 적어 한적한 느낌이다. 실버 크리스 라운지에는 따로 컵라면을 쌓아놓지 않는다. 직원에게 말하면 뜨거운 물을 담아 가져다준다.
실버 크리스 라운지에서 반응이 좋은 건 주류 메뉴다. 가운데 바가 있는데 이곳에서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로바로 만들어준다. 삼계탕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아서 그런지, 닭죽을 내놓았다. 맛은 약간 싱거운 편. 음식이 구성이 어딘가 애매하다. 싱가포르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싱가포르식으로 꾸민 공간이다. 이곳에 카야 토스트와 딤섬 등 싱가포르식 요리를 따로 빼놓았다.
실버 크리스 라운지 장점은 크기가 아담해 동선이 짧다는 것이었다. 실버 크리스 라운지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아시아나 라운지에도 들렀다. 규모가 크고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 하루 전 웹 체크인은 꼭 하시길…편차 있는 비즈니스 좌석
준비를 안 하고 가도 편안해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인데 스위스항공은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가야 한다. 가장 기본인 좌석만 해도 그렇다. 웹 체크인할 때 좌석 배열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공항에 와서 체크인 데스크에서 좌석을 바꿀 경우에도 꼭 좌석 배열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시길.
스위스항공 A340 비즈니스 좌석은 짝수 자리는 1-2-1, 홀수 자리는 2-2-1 배열이다. 비행기에 들어섰을 때 비즈니스 좌석이 되게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앉은 자리는 7A, 창가 쪽 좌석 중에 가끔 창문이 없는 자리가 있다는 후기를 봤는데 다행히 창문은 있었다. 자리가 협소하다고 느낀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이 좌석은 넓은 선반 같은 팔걸이가 가운데 하나뿐이다. 짝수 자리가 전체 좌석이 4개인 것과 비교해 홀수는 자리가 하나 더 많다. 또 스위스항공에는 일명 ‘왕좌의 좌석’이라고 불리는 자리가 있다. A340 기준 4A, 6A, 8A, 10A, 12A 총 5개가 있다. 이 자리는 선반이 양쪽에 있어 다른 자리보다 여유롭다. 이 ‘왕좌’를 차지하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다만, 출발 24시간 전까지 자리가 비어있다면 선착순으로 선점할 수 있다.
기내식은 정찬 코스 요리 한번과 아침밥 총 두 번 먹었다. 이륙 후 제공하는 식사는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를 고르면 된다. 한식 닭갈비가 있어서 주문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닭갈비랑은 전혀 달랐다. 석쇠에 구운 것도 아니고 철판에 볶은 것도 아니었지만 고추장 맛이 짙게 밴 양념이 맛있어서 함께 나온 밥까지 비벼 삭삭 긁어먹었다. 여태껏 비행기에서 먹은 닭요리 중에 제일 맛있었다. 어메니티는 빅토리아녹스 제품을 쓴다. 철제 필동 같은 상자에 양말·치약·칫솔·립밤·안대와 귀마개 등이 들어 있다. 기내에서 신을 수 있는 일회용 슬리퍼는 제공하지 않는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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