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과 진도를 방문하는 길에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의 우중캠핑을 보내고 왔습니다.
전남 노지캠핑을 언제 했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때에 한적한 곳에서 즐긴 혼자만의 시간을 정리했습니다.
가계해수욕장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금계리 153
전남 노지캠핑 영상 1분 33초.
많은 관심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진도(珍島)를 떠올릴 때 진돗개 이외 다른 단어로 연계하시는 분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신비의 바닷길, 세방낙조, 명량해상케이블카, 울돌목, 명량대첩, 이순신 장군 등의 단어는 너무 잘 알거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나열한 단어들이 모두 진도와 관련이 깊다.
현재 이곳은 진도 가계해수욕장(嘉界海水浴場).
아름다울 가(嘉), 경계 계(界)로 한자 표현을 해놓았으니 ‘아름다운 경계’, ‘아름다운 세계’ 등으로 이해를 하면 되려나? 어쨌거나 신비의 바닷길과 연계되는 회동국민관광지 내의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 3km로 작지 않은 해수욕장이지만 지금처럼 밀물이 밀려들 땐 백사장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언제부터 서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홍색의 사슴.
뿔을 보면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 아닌가 싶다.
해학적인 고양이 한 마리가 경쾌 발랄한 소녀의 모습.
좁게 보면 그 자체가 예쁜데 넓게 보면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조형물들이다.
가계해수욕장 앞으로 ‘신비의 바닷길’도로가 있고 맞은편으로 진도군 청소년수련관, 진도해양생태관 등이 갖춰져 있으며 신비의 바닷길 공중 화장실이 있어 캠핑을 함에 불편함이 없는 장소다.
꽤 늦은 시간이라 애용 중에 있는 미니쉘터 알파인클럽 ‘벨라’를 설치하는 중에 어두워졌다.
소나무 숲 사이 공터에 자리 잡은 캠핑 터.
전남 노지캠핑에 관한 기억이 현재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도 전남 노지캠핑을 경험한 적이 없거나 너무 오래되어 연결고리가 없어진 것일지도.
바닷가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강한 바람에 폴이 휘거나 부러지지 않도록 스트링을 적당히 당겨준다.
해 질 녘 구름이 많긴 했지만 비가 내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어 시간이 지나자 주변이 온통 희뿌옇게 변한다. 이 상태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습하기도.
어쨌거나 이때까지만 해도 우중캠핑에 대한 생각은 1도 없었다.
느지막한 저녁 식사.
오늘의 저녁 식사는 라면 2개.
맨날 라면만 먹으면 지겹지 않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로 매일 라면만 먹는 게 아니고 캠핑 나가서 먹는 것이며 라면의 종류도 종종 바꾸기 때문에 괜찮다.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진행 중인 ‘전남 노지캠핑’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요함’이랄까?
주변으로 텐트 두 동이 보이지만 모두 조용하기만 하다.
대화를 귓속말로만 하시는지.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젯밤에 내렸으면 철수할 때 수월했을 텐데
철수를 해야 하는 때 열심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비 + 바람.
그래서 비바람.
어젯밤에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살짝 춥다.
딱히 온열기를 지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싸늘한 느낌 이대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화장실 가는 길에 차에 들러 우산을 들고 왔다.
이대로 앉아 있다가는 다음에 차질이 생길 듯하니 우선 우산을 쓰고서라도 준비를 해야 할 상황.
그렇다 하더라도 식사는 해야지.
아침에도 라면 2개.
오늘은 든든하게 먹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즐기는 우중캠핑에서 먹는 아침식사로는 조금 부실해 보이려나?
다음은 커피 한 잔 즐겨주는 것.
첫 잔은 여기 진도 가계해수욕장 우중캠핑의 벗.
둘째 잔은 운전 중에 마시게 될 벗.
어이쿠! 이거 몰랐네.
바람이 불다 말다를 반복하니 야전침대 위로 빗물이 튀어든다.
혼자 여유로운 우산을 일하라고 데리고 옴.
어차피 펼쳐져 있을 우산이니 이렇게 놓아 활용하는 게 좋겠단 생각. 그리고 실천을 해보니 딱 좋음.
더플백을 정리하다 발견한 향.
언젠가 많이 사 왔다며 나눠주신 바로 그 향인데 우중캠핑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여행을 다닐 때도 캠핑을 다닐 때도 항상 동행해 주는 녀석.
오늘도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잠시 들춰본 내용에 몰랐던 내용을 발견했다. 진도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라고.
가장 큰 섬은 제주도, 두 번째로 큰 섬은 거제도 그리고 진도가 세 번째로 큰 섬이며 진도군의 대부분이 바로 진도 섬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
진도군은 해남군과 마주 보고 있으며 해남군이 육지의 끝자락이라면 진도군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방자치단체이며 하조도, 관매도, 상조도, 대마도 등이 다도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있기도 하다.
진도는 예로부터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었기에 유배지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조선 영조 때의 전라감사가 조정에 올린 상소문을 보면, “진도에 유배객이 너무 많이 와 이들을 먹여 살리느라 죄 없는 섬사람이 굶어 죽을 판이니 유배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십시오”라는 글이 보인다.
과거에는 정치범과 사상범의 유배지였으나 오늘날은 알아서 잘도 찾아가는 쿠니와 같은 캠퍼들이 있다.
진도 가계해수욕장의 비 나리는 날, 혼자서 즐기는 우중캠핑의 즐거움이 참으로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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