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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의 정수 융프라우산에 대해 몰랐던 사실 몇 가지

여행 플러스 조회수  

 


융프라우를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아마 비슷할 것이다. 눈 덮인 알프스와 짙푸른 초원이 융단처럼 겹겹이 펼쳐지는 목가적인 장면 하나만으로 연중 전 세계 여행자들을 그러모으는 전설적인 곳이 바로 스위스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여행자를 꼽자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첫 스위스 여행에서 어디를 다녀왔냐고 물으면 아마 대답은 비슷할 것이다. 10명 중 9명은 꼭 ‘융프라우(Jungfrau)’를 말한다.

좀 더 확실히 말하면 융프라우 산 혹은 융프라우요흐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융프라우는 높이 4158m의 산봉우리를 말하고 융프라우요흐는 그 아래 위치한 기차역이다. 두 곳은 엄연히 다르지만 여행사에서 다루는 상품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곳이 융프라우요흐 역이고 여기서 다시 스핑크스 전망대와 얼음 동굴을 거쳐 실외로 나가게 되는데, 이곳에 자리한 스위스 국기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융프라우다. 어쨌든 앞서 설명한 모든 곳이 융프라우를 최고봉으로 둔 산 일대에 펼쳐지기에 ‘융프라우’라고 묶어서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표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융프라우에는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 밖에는 웅장한 자연이 펼쳐지고 실내에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유럽의 꼭대기(Top of Europe)’으로 군림한 융프라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사실을 공개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알고 가면 더 재밌게 융프라우를 구경할 수 있다.

융프라우에 대해서 몰랐던 이야기

① 융프라우를 여행지로 처음 인식한 것은 영국이었다.


초고속 곤돌라 ‘아이거 익스프레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유럽의 꼭대기’로 불리는 융프라우가 지금처럼 관광지로 개발된 데에는 영국 사람들의 영향이 컸다. 융프라우뿐 아니다. 스위스 알프스 관광을 시작한 것은 영국 산악인이었다. 19세기 초 영국 출신 산악인들은 베른 알프스 봉우리를 등반하기 시작했고 그들에 의해 아름다운 스위스 알프스 풍경이 알려지면서 일반 여행객들의 발길까지 이어졌다. 그전까지 스위스 사람들은 알프스에서 그저 소나 염소 같은 가축을 키우면서 살았다. 지금도 영국은 스위스를 가장 많이 찾는 나라 TOP3 중 하나다. 2019년 코로나 이전 숙박일 수 기준 스위스를 가장 많이 여행한 나라 TOP3은 순서대로 독일·미국·영국이었다.


얼음 궁전 가는 길 벽화와 아이스볼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② 융프라우 산악철도를 설계한 사람은 당시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융프라우요흐역과 기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산악인들만 갈 수 있었던 융프라우를 좀 더 대중적 여행지로 발전시킨 사람은 스위스 기업가 아돌프 가이어 첼러(Adolf Guyer-Zeller)였다. 1893년 첼러는 딸과 함께 뮈렌에서 하이킹을 하면서 융프라우 철도를 구상했다.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에서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철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첼러는 사업을 구상한 지 겨우 4개월 만에 연방 의회에 공사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돌프 가이어 첼러를 기념하는 조형물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그가 계획한 것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개발이었다. 애초 개발 당시부터 전기로 작동하는 톱니바퀴 철도로 계획했고 아이고 빙하를 뚫어 만든 터널을 통과하도록 했다. 또 기차에서 내려서는 융프라우 정상까지 100m 길이 리프트로 연결할 계획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과연 기차가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사람이 많았다.


철도 공사 모습을 담은 사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가파른 산비탈에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로지 사람이 삽과 곡괭이를 사용해 철도를 건설해야 했다. 전기로 가는 톱니바퀴 철도를 만들기 위해 라우터브루넨에 철도용 발전소도 지었다.

③ 융프라우 철도를 건설한 인부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


사고로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이름을 전시한 공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본격적으로 철도 공사가 시작되고 이탈리아 철도 노동자 100여 명이 이곳으로 왔다. 전체 노동자 중 90%가 이탈리아 사람이었을 정도였다고. 1908년 공사 중에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7㎞에 달하는 석회암 구간에 길을 내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야 했다. 공사 도중 30톤에 달하는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고 이때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핑크스 홀에서 얼음 궁전으로 가는 길에는 융프라우 철도를 만들다가 희생당한 약 30명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전시되어 있다. 명패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탈리아식 이름임을 알 수 있다.

④ 스위스는 중립국인데…1차 세계대전이 융프라우 철도 개발에 끼친 영향


중간역 아이스메르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융프라우 철도 건설은 1896년 7월에 시작됐다. 1905년 아이스메르 역(Eismeer Station)이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재정적 위기에 봉착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첼러는 융프라우 정상이 아닌 융프라우요흐까지만 철도를 연결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그렇게 고난의 시기를 거쳐 결국 1912년 융프라우요흐 역이 개통했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9년이 더 걸렸고 돈은 두 배가 더 들었다. 1912년까지만 해도 건설 관계자들은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어떻게든 길을 열려고 했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완전히 생각을 접게 된다. 노동자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건설에 필요한 자잿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건설을 포기해야 했다.

⑤ 과거 융프라우요흐에는 호텔이 있었다.


융프라우요흐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1924년 ‘베르그하우스 융프라우요흐’라는 이름으로 숙박시설이 문을 열었다. 객실은 전부 18개가 있었는데 방마다 작은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1972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투숙객은 15명이었는데 스페인 직원이 새벽 타는 냄새를 맡았고 손님을 안전하게 인근 기차역으로 대피시키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로 인해 호텔은 전소됐고 그 이후 지금까지 융프라우요흐에는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와 얼음 궁전을 연결하는 복도에 1946년 당시 융프라우요흐 역 주변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가 전시되어 있다.

⑥ 융프라우요흐에서 숙식할 수 있도록 허락된 사람이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융프라우요흐역에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면 스핑크스전망대로 연결된다. 해발 3571m에 위치한 스핑크스 전망대는 일반 여행객이 방문할 수 있는 관광 명소이자 천문대, 연구소, 실험실 등을 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1937년 과학자들을 위해 처음 집을 지은 것이 스핑크스 전망대의 시초였다. 지금도 베른 대학 등 과학자들이 이곳에서 숙식하면서 지구 온난화, 빙하 그리고 대기 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⑦ 융프라우요흐에서는 테니스·축구·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


융프라우요흐에서 펼쳐진 아이스하키 경기 / 사진=jungfrau.ch

해발고도 3463m에 위치한 융프라우요흐에서는 가끔 기상천외한 스포츠 경기가 열린다. 융프라우요흐를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거다. 짧은 시간에 걸쳐 높은 곳에 오르면 고산병 증세가 온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심하면 어지럽고 구토 증세까지 온다. 이런 곳에서 테니스를 하고 축구 경기가 펼친다면 어떨까. 의외로 터프한 구석이 있는 스위스 사람들은 사람들이 상상만 하던 일을 실제로 구현해낸다. 지금껏 융프라우요흐에서 진행한 스포츠 이벤트는 테니스·축구·크리켓·복싱·농구·아이스하키 등 다양하다.


융프라우요흐에서 펼쳐진 테니스 경기 / 사진=린트 홈페이지

가장 대표적인 것은 10년 전 로저페더러와 미국 알파인 스키 선수 린지 본(Lindsey Vonn)이 펼친 테니스 경기를 들 수 있다.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Lindt)’는 페더러의 테니스 경기를 위해 스핑크스 전망대 옆 하얀 눈밭 위에 테니스 코트를 마련했다.

스위스(융프라우)=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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