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과는 다르게 부분 변경 진행하며 7단 DCT 대신 8단 자동변속기 채택
부분 변경임에도 많이 오른 가격… 상품성 자체는 뛰어나
스포티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준중형 SUV이자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효자 차종이다. 제조사는 판매량이 많은 차량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놔둬도 많이 팔리는 차량이거니와, 상품성 개선을 꾀하다가 오히려 판매량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포티지의 부분 변경 모델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주간주행등을 꺽쇠 모양으로 배치하며 기하학적 모습을 취했던 기존의 디자인 대신, 최근 기아의 디자인 언어인 스타맵 시그니처를 도입했다. 철판은 그대로 유지하는 일반적인 부분 변경이지만, 과감했던 이전의 디자인 대신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만으로도 변화의 폭이 크게 느껴진다. 특히 스포티지는 이번 부분 변경을 통해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변속기를 7단 건식 DCT에서 8단 자동변속기로 교체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DCT 변속기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지난해 투싼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될 때에도 자동변속기의 채택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았는데, 그 소원이 1년이 지나 스포티지 부분 변경 모델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1년 전 경험했던 투싼 1.6ℓ 가솔린 터보 모델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최대한 공정하게 비교하며 평가해 봤다.
변속기를 제외한 1.6ℓ 가솔린 터보 모델의 파워트레인 스펙은 동일하다. 최고 출력은 180마력이며 5500RPM에서 발현되고, 최대 토크는 27.0kg.m로 1500RPM부터 4500RPM까지 고르게 분포된다. 다만 유체식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변속기의 토크 컨버터와 다르게 기계식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DCT 미션의 연비가 더 뛰어나다. 전륜구동 19인치 휠 기준 스포티지의 복합 연비는 11.5km/ℓ, 투싼의 복합 연비는 12.0km/ℓ다.
DCT 변속기의 장점이라면 위에 서술한 높은 연비 특성, 엔진과 변속기가 기계적으로 연결되며 발생하는 직결감과 빠른 변속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변속기의 직결감이 탑승자에게 불쾌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싼의 7단 DCT는 클러치가 맞물릴 때 부드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반 클러치’와 비슷한 느낌인데 특히 DCT 미션의 직결감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저회전 구간, 저단에서 이런 특성을 보여줬다. 반면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스포티지는 인위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줄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DCT 변속기의 장점과는 반대로 스포티지의 초기 가속력과 변속 느낌이 훨씬 빠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한 인위적인 변속도 실험해 봤다. 변속 속도만큼은 자동변속기가 결코 DCT를 쫓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역시 매우 빠르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변속에 걸리는 속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굳이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8단 자동변속기가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매우 좋다. 추월을 하기 위해 살짝만 가속 페달에 힘을 줘도 곧 잘 알아듣고 변속을 진행한다. 투싼과 스포티지를 타고 서킷에서 랩 타임 측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빠른 변속이 7단 DCT의 우월한 장점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DCT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8단 변속기와 엔진의 궁합 역시 매우 뛰어나다. 특히 낮은 회전수부터 고르게 분포된 최대 토크로 인해 초반 가속 때만 제외한다면 차량은 지속적으로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려고 한다. NVH와 연비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최근 시승했던 경쟁사 가솔린 SUV와 비교해도 더 좋은 연비를 보여줬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낼 때에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약간의 터보랙은 있지만 가벼운 무게와 다단화된 변속기를 통해 제법 경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형제 차종인 투싼과 비슷하게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댐퍼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더 좋게 느껴진다. 투싼은 충격을 받아들인 후 서스펜션의 반작용 과정에서 다소 거친 느낌을 보여줬지만 스포티지는 이 부분에서는 부드럽게 세팅됐다. 하지만 KG 모빌리티 토레스나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에 비해서는 확실히 탄탄한 하체 세팅을 지녔다.
글의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스포티지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준중형 SUV이자 기아가 가장 많이 판매하는 1등 모델이다. 그리고 약 2년 만에 스포티지를 타면서 다시 느끼는 것은 “잘 팔리는 차는 이유가 있다”였다. 스포티지는 준수한 외모와 소비자들의 원하는 패키징을 알차게 구성한 잘 만든 자동차다. 그리고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 변속기 교체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상당히 매력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풀 모델 체인지급으로 오른 가격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소소하게 타보면서 느낀 장단점들은 아래 영상에 자세하게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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