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80%] ‘당신이 잠든 사이’, 미스터리 외피를 쓴 사랑 이야기
덕희는 오늘도 악몽으로 잠에서 깬다. 교통사고 이후 몇 년간의 기억이 사라진 그녀는 밤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꾼다.
덕희의 곁을 지키는 건 다정한 남편 준석이다. 준석은 덕희를 안아주고 응원한다. 그렇지만 준석의 의문스러운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덕희는 혼란에 빠진다.
장윤현 감독의 신작 ‘당신이 잠든 사이'(제작 로그라인스튜디오)는 덕희(추자현)가 지워버린 기억, 준석(이무생)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고 추적해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는 영화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덕희와 준석 부부에게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덕희는 선택적 기억 상실증을 앓게 되면서 최근 2년간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커다란 벽이 있는 것 같고, 사방이 막혀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준석은 덕희가 스스로 기억할 수 있게 응원한다.
그런데 준석이 의심스럽다.
덕희밖에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준석이지만 덕희가 잠든 새 집을 빠져나가거나 덕희의 절친인 영미(박민정)와 몰래 만나는 등 수상쩍은 행동을 이어간다. 덕희는 속도위반 통지서, 카드대금 연체 등 준석이 무언가를 숨긴 정황을 발견하고 진실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서 덕희 또한 잃어버린 기억에 가까이 다가간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접속'(1997년)과 두 번째 작품인 ‘텔 미 썸딩'(1999년) 등을 통해 1990년대 후반 감각적인 스타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장윤현 감독이 ‘가비'(2012년) 이후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공개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미스터리의 외피를 쓰고, 희생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로맨스 장르의 작품이다. 장 감독은 12년 만의 연출 복귀작으로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강점을 한 작품 안에 엮어냈다.
덕희가 준석에 대한 진실을 쫓고, 의심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결국 자신이 지워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서 영화는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치유하는 데에는 자신의 의지만큼이나 주변인들의 배려와 헌신이 있어 가능하다는 걸 말한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인물을 연기한 추자현과 이무생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중국영화 ‘게임의 규칙'(2017년)부터는 7년, 한국영화 ‘환상극장'(2011년) 이후로는 무려 1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추자현은 사랑에 빠진 밝은 모습부터 기억상실로 두려워하고 준석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냈다. 내면의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꽉 껴안고 살아가는 덕희를 입체감 있게 완성했다.
다정다감한 매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넘나드는 명품 연기력으로 ‘이무생로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무생은 한없이 자상하지만 비밀을 감춘 준석으로 이중적인 얼굴을 표현했다. 믿음직스럽지만, 어딘가 의문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무생은 준석의 비밀과 반전으로 강렬한 파동을 일으킨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눈에 띈다.
캐릭터들의 감정을 다루는 연출 방식이 다소 과격하다. 교통사고와 기억상실 등으로 촉발된 진실 찾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에서 덕희의 감정 상태가 그야말로 ‘널’을 뛴다. 때문에 덕희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입하는데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혼란스러워하는 덕희의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특별한 장치 없이 자주 교차하면서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감독 : 장윤현 / 출연: 추자현, 이무생 외 / 장르: 미스터리 로맨스 / 개봉: 3월20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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