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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도 영웅시대] 극장은 왜 ‘공연 실황 영화’를 애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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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와 ‘아이유 콘서트:더 골든 아워’,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의 한 장면. 사진제공=CGV ICECON·CJ CGV

2019년 1월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한 편에 불과했던 공연 실황 영화는 2023년 10편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그 편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두터운 팬덤을 지닌 국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말이다. 특히 올해는 공연 실황 영화의 분기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 편수가 확대됐고, 성과 역시 눈부시다.

24일 기준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공연 실황 영화는 임영웅의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과 걸그룹 아이브의 ‘아이브 더 퍼스트 월드투어 인 시네마’, 그룹 하이라이트의 ‘하이라이트: 라이츠 고 온, 어게인 인 시네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러브 유어설프 인 서울'(34만236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기록을 깨고 역대 공연 실황 영화 누적 관객수 1위에 올랐다. 23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35만652명이고, 누적 매출액도 99억3701만8000원을 기록하며 공연 실황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뒀다.

● 돌파구에서 하나의 축으로…팬데믹·K팝 타고 성장한 공연 실황물

감염병 확산 이전 공연 실황 영화 편수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었지만, 해당 시기를 거치면서 편수가 늘어났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의 자회사인 CJ 4D플렉스의 총책임자 오윤동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CJ 무비 포럼’에서 공연 실황 영화의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CJ 4D플렉스는 4DX, Screen(스크린) X, 울트라 4DX 등 특수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상영관에 최적화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공연 실황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밝혔다. 이에 따라 ‘빅뱅 메이드'(2016년) ‘젝스키스 에이틴'(2018년) ‘트와이스랜드'(2018년) 등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대면 공연과 콘서트 진행에 제약이 있던 팬데믹 기간 중 공연 실황 영화의 개봉이 일종의 대안책 역할을 하게 됐다. 오윤동 감독은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단절됐다. 공연을 보기도, 만남을 갖기도 어려웠던 시기에 기회가 왔다”고 돌이켰다. 이어 “공연물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틀었더니 (관객들이)대리만족을 했다. 이와 동시에 케이팝의 성장과 맞물려 오리지널 콘텐츠가 글로벌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아이브의 첫 번째 콘서트 실황 영화 ‘아이브 더 퍼스트 월드투어 인 시네마’. 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

오 감독에 따르면 이전까지 이벤트 상영에 가까웠던 공연 실황물이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과 아이즈원의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아이즈 온 미: 더 무비'(2020년)를 통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국내에서 3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해외까지 합하면 전 세계에서 100만명이 관람했다. ‘아이즈 온 미: 더 무비’는 CJ 4D플렉스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개봉을 추진한 작품으로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등 극장에 걸렸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이전에도 공연 실황 영화가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수기가 오히려 돌파구가 됐다. 시작은 대체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편수가 더욱 늘었다. 블랙핑크, 마마무, 세븐틴, 엔시티 드림 등 아이돌 그룹의 공연 실황 영화가 개봉했고, 극장가는 신선한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특히 지난해 임영웅, 아이유, 방탄소년단 등 이른바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가수들의 콘서트 실황이 스크린을 통해 선보였고, 해당 영화들은 모두 그해 한국영화 흥행 5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최종 25만702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32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옛 투 컴 인 시네마’로 9만2539명을, 아이유는 ‘아이유 콘서트:더 골든 아워’로 8만7628명의 호응을 얻으며 각각 48위와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연 실황 영화의 저력은 국내 가수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는 전 세계적으로 2억6166만 달러(3501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최다 수익을 올린 공연·콘서트 영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 팬덤 겨냥한 ‘팬덤향 콘텐츠’…공연 실황물이 확대되는 이유는?

공연 실황 영화와 일반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팬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공연장에서 보는 공연과 스크린을 통해 보는 공연의 가치를 다르게 느끼는 팬덤은 오프라인 공연을 다시 영화관에 가서 관람한다.

서지명 팀장은 공연 실황물은 “‘니치(틈새)한 시장’이지만 명확한 타깃이 있다. 두터운 팬덤을 겨냥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팬덤향 콘텐츠’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면서 “N차(반복) 관람도 일반 영화에 비해 높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관객들이 많아 극장 입장에서도 효자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CGV 집계에 따르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을 2번 이상 관람한 ‘N차 관람’ 비율은 전체 관객의 17.3% 비중에 달한다. 100명 중 17명은 이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셈이다. 일반 영화의 N차 관람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팬덤의 남다른 충성도를 엿볼 수 있다.

블랙핑크 데뷔 8주년을 기념한 월드투어를 스크린으로 옮긴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인 시네마’. 사진제공=CJ 4DPLEX

무엇보다 상영 기술의 발전과 점점 더 허물어지는 국가 간 장벽 등으로 인해 공연 실황물은 수익 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공연 실황 영화는 라이브 공연의 생생한 열기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과 음향 효과가 중요한 상영 요소로 꼽힌다.  IMAX(아이맥스), 4D, Screen X 등 특수상영관에 다수 편성됐다. 관람 요금이 일반 티켓값보다 높아 매출액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2월20일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 실황 영화의 흥행으로 한국영화 특수상영(아이맥스, 4D, 스크린X, 돌비시네마 등)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52억원) 증가했고, 한국영화 특수상영 관객수도 116만명으로 2022년보다 22.3%(21만명)나 늘었다.

영진위는 “IMAX와 Screen X가 주를 이루는 콘서트 실황 영화가 흥행하면서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특수상영 매출액과 관객수가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콘서트 실황 영화가 극장에서 주요 장르이자 간과할 수 없는 흥행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팀장은 “공연물의 특성상 관객들이 최대치의 경험과 만족을 얻으려고 하면서 아무래도 특수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관객들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매출액 가운데 수익 비중을 따지면, 공연 실황물은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는 가수 측과 협의해 제작, 상영되면서 극장보다는 제작사 측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서 팀장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며 “‘케이스 바이 케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극장과 제작사 측이 정한 비율은 없지만, IP를 가진 쪽의 목소리가 셀 수밖에 없을 것이다”면서도 “극장도, 가수 측도 ‘윈윈’의 측면에서 앞으로도 공연 실황 영화는 더욱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아이즈 온 미 : 더 무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4D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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