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할 때면, 1인캠핑을 위해 등짐을 지고 갈 때면, 여행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용하는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무료캠핑장을 다시 찾았다. 이렇게 등짐을 지고 다니는 게 크게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번거롭기가 그지없는 일이건만 뭐 좋다고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함덕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25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잠시 둘러보는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그리고 1인캠핑 영상 1분 4초.
클립으로 촬영한 것도 아닌데 짧기만 한 영상이다.
그냥 그랬구나 정도만 알리기 위한 영상이라 할까?
정확하기야 하겠냐만…
그동안 다녀 본 제주도 여행지 중에서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이 가장 번화한 제주도 해수욕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오가는 이가 더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할까?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이자 여행지라 알려진 제주도의 영화가 언제부터 이렇게 썰렁한 분위기가 된 건지 모를 일이지만 코로나 시국에 잠깐 반짝이다가 지금은 시들시들해져 곧 조명이 꺼질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 든다.
덕분에 여유롭게 다니는 난 좋지만…
진짜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느릿느릿 걷다가 쉬다가 서우봉 아래 무료캠핑장 그곳에 도착했고 세팅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사람처럼 의자 펼쳐놓고 앉아 노닥거리다가 텐트 펼치고 또 노닥 거리기를 여러 차례.
오늘은 이곳 무료캠핑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상태이고 딱히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으니 그냥 여유롭다.
주로 하는 거라고는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이슈에 빠져든 것도 아닌 데다 유튜브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릴스를 즐기는 것도 아니면서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건 여행 인플루언서라는 명목 아래 키워드 챌린지도 살펴보고 블로그 덧글에 대한 답글도 달고 어떤 분들이 나의 블로그를 방문했는지 살펴보는 것 등이 주가 된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건 책 읽기.
전자책을 담아두고 짬짬이 읽고 있는 편인데 그나마도 한 권의 책을 완독하기가 쉽지 않다.
뭘 빠뜨린 듯한 기분이더니 이거였다.
세팅을 마친 뒤 커피 한 잔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순간 곧바로 바로 옆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와 커피 물부터 끓인다. 어쩌면 커피 자체가 아니라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아내가 꾸준히 마련해 주는 드립 백에 대한 애착이 생긴 걸지도 모를 일이다.
커피는 믹스커피라는 공식으로 받아들였던 나였지만 속이 쓰리다는 내게 아내가 처방한 것은 드립 백.
그렇게 속이 쓰리고 아프면 커피를 끊어라 종용하지만 그건 못하겠다 하니 내려준 처방이라 무조건 따른다.
그래서일까? 속 쓰림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고.
내가 아무리 급하게 움직여도 시간은 언제나처럼 느릿하게 움직일 때가 있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여유롭게 하고 느긋하다 생각해도 기울어지는 태양의 움직임은 무심하도록 동일하다.
그제야 시선을 움직이여 주변의 풍광을 살펴본다.
곧 넘어가는 태양의 아쉬움을 바라보며.
해가 꼴딱 넘어가니 어둠의 진하기가 점점 더 짙어진다. 밤이라 하기에는 주변의 조명이 꽤 밝기 때문에 악착같이 랜턴을 켜지 않을 수 있지만 뭐 하러 불편함을 자초하겠는가. 캠핑 자체의 불편함이야 지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랜턴이 있음에도 붉을 밝히지 않는 불편함은 별로다. 그래서 테무를 이용해 구매한 1만 원짜리 랜턴에 불을 지핀다.
그러고도 꽤 시간이 흘러서야 저녁 식사 준비.
언제나처럼 강력접착제로 붙여놓은 듯한 1인캠핑 메뉴인 라면을 업그레이드했다.
솔직히 업그레이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잠을 자는 여행 동무들이 측은하다며 업그레이드해준 것.
매번 라면만 먹다가 떡과 달걀이 들어간 고급진 떡라면을 먹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다.
이건 안주로 먹으라 사준 건데 주량이 바닥을 기는 내게 있어 딱히 안주를 챙길만한 일이 없다.
그래서 깡캔으로 마감을 해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지만 여행 동무들은 그러한 깡캔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이렇게 안주를 챙겨준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먹을 것 다 먹고 정리할 것 정리한 뒤 양치질을 하러 왔다.
대부분의 백패커가 그러하듯 1인캠핑을 하며 설거지를 해본 경험이 없다. 형광물질 묻어있지 않은 티슈나 키친타월로 물기만 닦아내고 코펠은 다음 날 아침까지 다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설거지를 할 일이 없으며 하루 이틀 정도는 샤워를 안 해도 세수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또 불편함이 없기에 양치질만 하면 잠자리에 들기 전 준비는 끝나는 상황이다.
날을 잘 잡은 건지 주변으로 텐트는 내 텐트를 포함 총 3동.
과거에는 거의 십여 동 가까이 설치된 것을 포함해 5~6동은 기본적으로 봤던 것 같은데 오늘은 꼴랑 3동뿐이다.
여하튼, 이제 자야 할 시간.
시계를 보니 22시 56분을 막 지났다.
언제나처럼 누워 바로 잠드는 경우는 전무하다.
여행 선배 중의 한 분은 ‘이제 자자’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코를 고는 분도 계시던데 난 왜 이 모양인지 모를 일이다.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 생각된다.
응! 근데 저게 뭐냐.
텐트 밖에 무언가가 잔뜩 흩뿌려져 있다.
누워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와 살펴보니 이곳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무료캠핑장의 바닥이 지붕 위로 살포시 올라선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모래먼지가 텐트를 접수한 건데 생각해 보니 새벽에 바람이 엄청 불어댔던 것 같다.
가능한 한 모래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패킹까지 완료.
이렇게 해서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무료캠핑장에서의 1인캠핑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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