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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차여행의 정수 보여주는 포스키아보 하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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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속 작은 이탈리아 마을 포스키아보(Poschiavo)는 스위스 그라우뷘덴(Grabunden)주 베르니나(Bernina) 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3000여 명이 살고 있는 포스키아보는 공식언어로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마을 티라노까지는 약 20여㎞ 떨어져 있다. 이탈리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90%를 넘을 정도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동네다. 아직 한국 사람에게는 낯선 동네 포스키아보를 둘러볼 수 있는 반나절 코스를 소개한다. 아기자기한 동네를 산책하듯 둘러보면 된다.

# 알프 그룸 Alp Grum

본격적으로 포스키아보 마을을 구경하기 전 꼭 가봐야할 곳이 있다. 포스키아보 시 북쪽에 위치한 알프 그룸 기차역이다. 기차를 타고 포스키아보로 간다면 관문처럼 거처가는 장소다. 알프 그룸은 쿠어(Chur)부터 이탈리아 티라노(Tirano)까지 122㎞ 이어지는 베르리나 노선에 위치하는 기차역이다. 해발고도가 무려 2091m에 달한다. 베르니나 특급 열차는 알프 그룸 역에 15분 동안 정차한다. 기차에서 내려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쉬어갈 수 있다. 팔뤼 빙하(Vadret da Palü)와 호수가 어우러지는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1910년 문을 연 알프 그룸 역에는 아담한 역사가 있다. 레스토랑과 호텔을 겸하는 공간으로 1923년에 문을 열었다. 호텔에는 객실이 딱 9개다. 기차 운행이 멈추는 밤 시간이 되면 산꼭대기 위 무수히 많은 별이 떠 더 낭만적이다. 객실 가격은 싱글룸 1박 90스위스 프랑(약 12만6000원), 더블룸 160스위스 프랑(약 22만5000원)이다.


7710 Alp Grüm, 스위스

7710 Alp Grüm, 스위스

# 카사 토메 Casa Tome



알프 그룸에서 기차를 타고 약 40분쯤 가면 포스키아보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내려 강을 건너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포스키아보 구시가지가 나온다. 포스키아보에는 중세시대 알프스 산간 지역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있다. 바로 카사 토메다. 카사 토메는 1350년 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지어지고 난 이후로 단 한번도 집을 고치거나 하지 않았다. 당시 농부들이 살던 전형적인 집으로 아직까지 포스키아보 중심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사 토메에는 1990년대까지 실제로 사람이 살았다. 길 쪽으로 나있는 커다란 문은 사람과 가축이 집에 함께 살던 흔적을 보여준다. 창문 크기는 제각각이다. 당시 시골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미적인 요소를 고려하기 보다는 실용성을 더 생각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크기만큼 창을 냈다. 측면을 보면 환기를 위한 창문과 건물 바깥 쪽으로 툭 튀어나온 구조물이 보인다. 집에서 직접 빵을 구워먹기 위해 설치한 거대한 크기의 화덕이다. 카사 토메에는 1954년까지는 전기가 없었고, 1992년까지 내부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이집에 살던 마지막 주민이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카사 토메는 1993년 역사 유적지로 지정됐다.


Via di Puntunai 180, 7742 Poschiavo, 스위스

Via di Puntunai 180, 7742 Poschiavo, 스위스

# 성모 마리아 수도원

Vecchio Monastero di Santa Maria Presentata



과거 수녀들이 생활하던 시설을 개조해 현재는 박물관과 수도원 체험 등 대중 이용 시설로 탈바꿈했다. 1656년 세워진 건물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녀원으로 지속됐다. 과거 수도원은 종교시설이자 포스키아보 사회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27년에는 수도원 안에 학교를 세우고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고 1929년에는 병원도 짓고 양로원도 세워 동네 사람들을 돌봤다. 1987년 홍수로 망가진 것을 보수하면서 숙박시설과 회의실, 식당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한때 수녀들이 지냈던 방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싱글룸 12실, 더블룸 10실이 있는데, 모든 방에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췄다. 수도원 다락방에는 수도원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있다. 수녀들이 사용했던 다리미, 오일 램프, 의복 등을 전시하고 있다.


Via dal Cunvent 45, 7742 Poschiavo, 스위스

Via dal Cunvent 45, 7742 Poschiavo, 스위스

# 산 비토레 성당 San Vittore Katholik Church

12세기 공사를 시작해 1653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후에도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면서 교회 전체에 로마네스크, 바로크, 후기 고딕 양식 등 다양한 건축 요소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뒤섞여 있다. 본당 벽은 중세 후기에 본당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은 13세기 초기에 세워졌다. 작은 마을 규모에 맞게 아담한 모습의 성당은 베이지색 외관을 하고 있다. 2003년 외관 복원 공사를 끝낸 산 비토레 성당은 역사에 비해 깔끔한 모습이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높은 종탑을 보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스위스 7742 Poschiavo

스위스 7742 Poschiavo

# 산타 안나 교회 납골당 Ossario E Chìesa Di Sant Anna

산 비토레 성당 근처에 위치한 산타 안나 교회 납골당은 포스키아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곳이다. 철창으로 막힌 건물 입구에 납골당이 있는데 실제 해골들이 전시되어 있다. 산타 안나 교회가 지어진 것은 1732년의 일이다. 반종교 개혁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꼽힌다. 납골당은 교회가 지어진 지 한참 후인 1903년에 만들어졌다. 교회의 문이 닫혀있더라도 철창 사이로 납골당의 모습은 지켜볼 수 있다.


Via dal Cunvent 47, 7742 Poschiavo, 스위스

Via dal Cunvent 47, 7742 Poschiavo, 스위스

# 브루지오 나선 고가교 Brusio Spiral Viaduct



포스키아보와 경계를 하고있는 브루지오까지 영역을 넓혀보자. 포스키아보에서 기차를 타고 20분만 더 가면 나오는 브루지오에는 기찻길이 360도 회전하는 ‘브루지오 나선 고가교’가 있다. 브루지오 나선 고가교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베르니나 철도에 속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기찻길만 보기 위해 브루지오까지 가는 관광객이 많다. 기차에서 내려서 보는 것보다는 기차에 올라 직접 이 길을 달려보는 것이 좋다. 기차 맨 뒷 칸에 타면 휘어져서 브루지오 루프를 통과하는 기차 앞부분이 보인다. 베르니나(Bernina) 철도선이 지나는 포스키아보 일대는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고지대다. 베르니나 고개(2253m)를 넘어 포스키아보(1014m)를 지나 티라노(429m)까지 약 30㎞를 가는 동안 해발고도를 약 1800m 낮춰야 한다. 철도 기술자들은 이러한 지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가교와 터널 등 많은 장치를 이용해 선로를 놓았다. 브루지오 나선 고가교는 1908년 포스키아보~티라노 구간을 개통하면서 만들어졌다.


Borgo, 7743 Brusio, 스위스

Borgo, 7743 Brusio, 스위스

포스키아보는 그라우뷘덴 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도시다. 포스키아보는 가는 길도 아름답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베르니나 특급 열차를 타고 포스키아보의 정취에 빠져들어 보자.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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