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중간 좌석 ‘프리미엄 이코노미’ 아시는지.
‘이코노미 컴포트’ ‘프리미엄 일반석’ 등 항공사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운영 규모에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석에 비해 저렴한 항공료를 내고 이코노미 좌석보다 더 넓은 좌석에 앉아 좀 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는 동일하다.
최근 홍콩 출장을 다녀오면서 케세이퍼시픽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했다. 좌석은 얼마나 더 넓은지 정말 웃돈을 주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탈 가치가 있는지, 3시간 30분 남짓한 비행을 복기하면서 솔직한 리뷰를 정리해봤다.
◆ 우선 탑승, 라운지 이용 가능한가요?
비행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서비스였다. 좌석이나 기내식 같은 경우 실제 경험해보는 게 제일 정확하고 빠를 것이고 만약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탑승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수적인 서비스는 미리 알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선 말해야 할 것이 항공사마다 서비스가 약간씩은 다르다. 라운지 이용이 포함된 곳도 있다. 케세이퍼시픽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에 라운지 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캐세이퍼시픽은 에어버스 A350과 일부 B777-300ER 항공기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홍콩 비행기는 매일 하루 4편(11월 기준)이 뜬다. 기종은 A350-900, A330-300, B777-300 세 종류다. 세 기종 모두 모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갖추고 있다. 인천~홍콩 노선은 에어버스 A350이 취항하고 있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 탄 비행기는 갈 때 올 때 모두 A350-900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10분. 안전하게 3시간 전에 공항에 갔다. 공항에 가기 전 살짝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비행기 출발이 오전 11시 50분으로 한 시간 40분 지연이 됐는데, 지연 안내 문자가 7일 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온 것이다. 해외에서 발송되었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알 수 없이 긴 번호가 찍혀있었다. 잠결에 스팸인 줄 알고 화면을 대충 봤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영어로 적힌 메시지를 또박또박 읽었다. 알람 시간을 한 시간 늦추고 다시 잠을 청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셀프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 태그를 붙인 다음 가방을 부치는데 거의 기다리지 않았다. 체크인 데스크는 이코노미 승객과 비즈니스 승객으로 나뉘어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손님은 이코노미 체크인 데스크를 이용하면 된다.
체크인 데스크에 가니 비행기가 지연된 이유를 설명해줬다. ‘오퍼레이션 문제’라고 간단히 설명하더니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사 쿠폰’을 줬다. 7000원짜리 두장 총 1만4000원이었다. KFC와 스타벅스를 제외한 모든 식당에서 사용 가능하다. 캐세이 퍼시픽 프리미엄 이코노미에는 라운지 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식사 쿠폰이 요긴하게 느껴졌다.
탑승 시간이 돼서 게이트로 갔더니 사람들이 일찌감치 줄을 서 있었다. 비즈니스 승객들이 들어가는 통로 그리고 일반석 통로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체크인 데스크와 마찬 가지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은 이코노미 좌석 줄을 이용한다. 비즈니스 좌석을 지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구간이 바로 나왔다. 구역의 위치도 딱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중간이다. 전체 28석 중 5좌석만 찼다. 한갓져서 좋았다. 마지막 궁금했던 점,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은 화장실을 어디를 이용할까. 눈치챘겠지만 화장실 역시 이코노미 구역 쪽을 사용해야 한다. 화장실 공실 여부를 알려주는 사인 램프에 화장실 방향을 표시해 놓았다.
◆ 좌석은 확실히 편한데, 서비스는…
좌석을 찾아 앉으니 승무원이 와서 식사 주문을 받았다. 비즈니스 클래스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닭고기와 소고기 중에 선택하고 함께 마실 음료를 이야기하면 된다. 식사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정비했다. 사람이 별로 없으니 짐칸도 넉넉하게 쓸 수 있었다.
좌석은 생각보다 널찍했다. 좌석 간격은 40인치(약 101㎝)다. 좌석 간격은 열과 열 사이 간격을 이야기하는데, 앞 좌석 머리 부분부터 본인 좌석 머리 받침까지 혹은 의자 하단 지지대 간의 길이를 잰다. A350-900 이코노미의 경우 좌석 간격은 32인치(약 81㎝)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폭은 20인치(약 50㎝), 일반석은 18인치(약 45㎝)다. 등받이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경우 최대 9인치(약 22㎝)까지 기울어진다. 이코노미는 6인치(약 15㎝)가 최대다. 좌석마다 양쪽 팔걸이가 다 있어 옆 사람과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다. 180도로 펼쳐지는 비즈니스 좌석과 비교는 안 되지만 이코노미 보다는 확실히 넓고 편하고 쾌적하다.
좌석 조작 버튼은 세 개가 있다. 등받이와 정강이 쪽 다리 받침 마지막으로 발받침 조작 버튼이 있다. 비즈니스 좌석과는 달리 반자동 시스템이라 나중에 받침을 원위치할 때는 버튼을 누른 다음 힘을 줘서 접어야 한다. 좌석에는 베개와 담요 그리고 헤드폰이 놓여 있다. 어메니티가 담긴 파우치는 따로 없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장거리 노선에만 제공한단다. USB포트와 콘센트 둘 다 좌석마다 있다.
이륙하고 잠시 뒤 밥 시간이 되었다. 갓구운 마늘빵과 샐러드, 과일 그리고 미리 주문한 메인 요리가 사기그릇에 담겨 나왔다. 밥을 다 먹고 나니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후식으로 줬다. 밥 먹고 난 다음 영화 한 편 보니 비행이 다 끝나 있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앞쪽에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속도도 빨랐다.
◆ 좌석 넓고 좋은데…고민은 역시 가격
총평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가격을 알아보자. 공식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인천~홍콩 11월 18일에 출국해 11월 21일에 돌아오는 항공편 이코노미 좌석의 최저 가격은 40만8400원이다. 같은 스케줄로 이코노미 프리미엄 좌석의 최저 가격은 73만8400원부터다. 두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차이가 난다. 역시 같은 스케줄의 비즈니스석은 103만8400원으로 이코노미와 비교해 두배가 훌쩍 넘는다.
주변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에 대해 물어보면 반응은 제각각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합리적이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가격이면 돈 조금 더 주고 비즈니스를 타겠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가장 저렴한 좌석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선택인 거다.
가성비를 떠나 아쉬운 점은 있었다. 이날 항공편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손님이 비즈니스 좌석 승객보다 훨씬 없었다. 물론 절대적인 좌석 수도 비즈니스가 프리미엄 이코노미보다 많긴하다. A350-900의 경우 비즈니스는 38석, 프리미엄 일반석은 28석이다. 이날 28석 중 5석만 찼으니 예약률이 18%밖에 안되는 거다. 여유롭게 앉아 가는 것은 좋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별로였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그닥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았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난 후 그릇을 치우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뭔가 다른 서비스를 기대하고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타는 건 아닌 것 같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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