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우토반…이거 맞아?
기사를 읽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영암~광주 연결하는 한국형 아우토반’
영암에서 광주를 잇는 초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소식이었다. 이른바 ‘K-아우토반’. 호남 지역을 방문한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광주광역시의 승촌IC와 영암군의 서영암IC를 연결하는 47km의 초고속도로 건설. 예산으로 약 2조6천억 원을 할당하고, 자율주행차량의 시험대이자 교통과 관광을 모두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왜 K-아우토반인가
영암-광주 고속도로가 지향하는 것은 독일의 아우토반이다.
아우토반(Autobahn)은 독일어로 ‘고속도로’를 뜻한다. 속도 제한없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도로의 필요성을 느낀 메르세데스-벤츠의 창립자 ‘칼 벤츠’가 제안한 개념이다. 아우토반은 9개의 간선, 52개의 지선, 그리고 57개의 지방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는 육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대륙의 특성과 맞물려 빛을 발했다.
아우토반에 대한 이해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오늘의 아우토반은 하나의 국가 또는 지역 한두 군데를 잇는 도로가 아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등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교통의 핵심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유럽 각국을 연결하는 아우토반 중 가장 긴 구간은 900km가 넘는다. 가장 짧은 구간 역시 400km를 훌쩍 넘는다. 베를린을 한 바퀴 감는 간선도로 역시 150km 이상이다. 작은 반도 국가 속 47km의 초고속화도로는 아우토반과 거리가 멀다. 시속 140km 이상의 속도로 47km 구간을 달리면서 아우토반에 비견하는 기대효과를 원한다는 부분은 무리다.
도로 제반보다는 시민의식이…
아우토반을 단순히 ‘속도 제한없는 초고속화도로’로 이해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오늘과 같은 아우토반의 명성 밑에는 도로 인프라 뿐만 아니라 선진 시민의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운전 문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탄탄한 제반만큼 중요한 점은 올바른 운전 문화다. 고속도로 추월 차선에 대한 개념과 좌측 추월, 차량별 지정차로 등을 무시한 채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운전자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면허 취득 난이도를 높이고, 면허 유지에 대한 시험을 실시해 선진 운전 의식을 정착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동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높은 출력의 대중화 역시 한치 앞 미래로 성큼 다가왔다. 도심이든 고속도로든 차량의 속도를 컨트롤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단순히 속도를 제한해버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유럽의 대륙과 성질이 다른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에 대한 완숙한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 47km 초고속도로를 짓는 데 쓰일 예산 2조6천억 원이면 현대차 ‘그렌저’(4천만 원 기준)가 6만5천 대다. 수도권 아파트(5억 원 기준)는 5천2백 채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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