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즐기는 여행 문화 확산 단거리·저비용 여행 부상, 장거리·고비용 수요 급감 해외여행 시장 3년 추적…관심도·지갑 모두 ‘싸늘’ 코로나발 여행 후폭풍…달라진 올해 관광시장 민낯“ |
고환율 직격탄을 맞은 해외여행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미주 여행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아시아 관광이 홀로 상승세를 타며 해외여행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여행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3년간 해외여행 트렌드를 분석했다. 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 결과다. 2015년부터 이어온 조사에서 관심도, 지출 규모, 계획·경험률 변화를 분기별로 들여다봤다.
해외여행 관심도는 지난해 초부터 하락세다. 지난달 기준, 남태평양이 42%로 최상위권을 지켰고, 유럽이 38%로 뒤를 이었다. 미주(25%)와 아시아(23%)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남태평양은 12%p, 유럽은 7%p, 미주는 5%p 급감한 반면, 아시아는 2%p 하락에 그쳤다.
여행코로나지수(TCI)는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TCI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여행 패턴 변화를 수치화한 지표다. 100을 기준점으로 삼아 초과하면 증가율을, 미달하면 감소율을 보여준다.
아시아가 115를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선 유일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남태평양(86), 미주(79), 유럽(76)은 70~80% 수준에 머물렀다. 고환율과 고물가 시대를 맞아 근거리·단기간·저비용 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수치로 입증됐다.
여행객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다. 1인당 해외여행 지출액은 2022년 210만 원대에서 지난해 180만 원대, 올해 170만 원대로 연속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1일당 여행비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는 사실. 여행 기간을 줄이는 대신 알차게 즐기려는 ‘쏠쏠한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2022년 3월) 직후 잠시 치솟았던 여행 열기도 식었다. 여행 계획률과 경험률은 6분기 연속 정체 상태다. 2024년 4분기 기준 여행 계획률은 47%, 경험률은 36%를 기록했다. 2022년 1분기 각각 19%, 7%였던 수치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지만, 최근 1년간은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일본, 베트남, 태국 등 가성비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매력도는 여전히 강세다. 실제 여행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근거리에서 짧게 즐기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하며 당분간 아시아 중심 구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여행 시장 위축은 국내 관광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관광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관광지 매력도를 높이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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