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JV) 모셔널이 비기술 분야 직원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표면상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최근 들어 심화된 재정난이 배경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9일 미국 IT전문 미디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모셔널은 사내 공지를 통해 전체 인력의 5%를 감원키로 했다. 마지막 정리해고를 단행한 지 약 1년 3개월 만이다. 앞서 모셔널은 지난 2022년 12월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한 바 있다.
테크크런치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모셔널 정리해고 규모는 70명가량이 될 것”이라며 “주로 행정 업무와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진행하는 보스턴 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테크크런치는 모셔널 대변인으로부터 이번 정리해고 관련 공식적인 답변도 받았다. 모셔널 대변인은 서면을 통해 “모셔널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일단 비기술 분야 직원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주요 기술 분야 직원을 충원할 것”이라며 “자금 조달 로드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지속해서 직원 채용을 실시, 로보택시 개발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모셔널은 올 1분기 말까지 자금 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정리해고의 배경을 재정 악화로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 기술 공급업체 앱티브(Aptiv)가 모셔널에 대한 증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케빈 클라크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모셔널이 기술 로드맵 측면에서 계속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더는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모셔널에 대한 앱티브 지분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앱티브는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을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본보 2024년 2월 1일 참고 [단독] 앱티브 '모셔널' 증자 중단…현대차그룹 홀로 추가투자 나서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향후 모셔널과 현대차그룹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앱티브가 모셔널에 손을 떼면서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증자 계획에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모셔널은 사업 지속성을 위해 현대차그룹에 증자를 요청한 상태이지만, 지난해에만 1조 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만큼 단독으로 증자에 나설 경우 현대차그룹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홀로 모셔널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였다”며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모셔널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이번 CES 2024에서 모셔널과 기아의 협력도 예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모셔널은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공동 설립했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1조2678억원, 기아가 6969억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원을 출자해 총 2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여 50%의 지분을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50%는 앱티브가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R&D, IP 접근권 전반에서 총 16억 달러의 현금을 투자했으며, 앱티브는 모셔널에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과 약 700명의 직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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