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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리더십에 쏠린 글로벌 시선]<上> 日 열도, 차기 회장 향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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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뽑는 인선 작업이 ‘6배수’로 압축됐다. 유력 주자로 꼽힌 인사 다수가 탈락하고 깜짝 인물이 포함되면서 포스코 안팎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7∼8일 심층 면접을 통해 결정되는 회장 최종 후보 1명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차전지 소재 핵심원료인 리튬, 니켈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 최종 소재까지 모두 공급 가능한 밸류체인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본업인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로 내부를 다독이는 한편 이차전지·에너지 등 미래사업 전환 과정을 이끄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비(非)포스코 인사 절반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넣은 것도 포스코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편집자주-

[더구루=정등용 기자]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철강기업 일본제철이 포스코홀딩스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포항제철소가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의 기술 지원 아래 성장했던 만큼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를 두고 여러 잡음이 나오는 등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갈등이 불거지며 일본에서도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한일협력의 초석

지난 1973년 6월 8일. 포항에서 한국 최초의 일관제철소가 가동됐다. 포항제철소 1호 고로의 시운전이었다. 당시 신일본제철 포항제철 협력부 기술자였던 고니시 코니시(87)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100m가 넘는 고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코니시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그 광경은 각별했다”면서 “기술자로서 만족스러운 일이었으며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감격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 재건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서두르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얻은 5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 중 1억2000만 달러를 제철소 건설에 투입했다. 일관제철소 가동에는 많은 기술자가 필요했다. 이에 100여명의 일본 기술자가 포항에서 기술 지도를 맡았으며, 500명이 넘는 한국 기술자들이 일본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신일본제철 포항제철 협력부 소속이었던 나카가와 도요시는 “모두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에 와서 한국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니게이)이가 지난해 포스코 창립 55주년을 기념한 기획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 신문은 포항제철소 가동 후 한국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자동차, 조선, 가전, 플랜트 설비 등 수출 주도형 한국 산업구조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포항제철소가 본궤도에 오르자 신일본제철은 지난 1979년 협력 부서를 폐지하고 기술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포스코는 지난 1987년 광양제철소 1기 준공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으며 지난 1998년에는 조강 생산량에서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두 회사는 2000년에 제휴를 맺은 뒤 5년마다 제휴를 연장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日, 포스코 회장 잔혹사 집중 조명

“포스코 회장 인사, 이번에도 난항이 불가피하다.”

일본 유력 주간지 JB프레스(JB Press)는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등이 파이널리스트로 압축된 가운데 이번에도 최종 회장 선임까지 갈등이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낙하산과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이른바 ‘포스코 회장 잔혹사’이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8대 권오준 △9대 최정우까지 총 5명의 회장이 재임했지만 현임 최정우 회장을 빼고 나머지 4명 모두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최근에는 후추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최정우 회장이 후추위 회의장에 들어가 차기 후보 회장을 거론하며 후추위 독립성을 훼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밖에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난해 캐나다와 2019년 중국에서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첫 선출, 후추위 신뢰 회복 중요”

후추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일본에서도 후추위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포스코가 지난 2022년 3월 순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것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JB프레스는 지금의 후추위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신뢰 회복이 선결 과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포스코 경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계의 애정 섞인 조언에 대한 재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의 고위 임원은 “포스코그룹은 현 회장 임기 내 지배 구조 관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회장 선출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고 강조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역시 “엄밀히 말하면 최정우 회장은 지주사 전환 전  ㈜포스코가 선출한 마지막 대표이고, 이번 후추위의 미션은 처음으로 포스코홀딩스 CEO를 선발하는 것”이라며 “과거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보다는 이번 인선 작업이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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