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본업에 이어 부업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으로 웃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투자에 나섰던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백스마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투자 손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12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3695억원으로 같은 기간 19.1%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223억원으로 81.8%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도 영업손실 84억원을 기록해 재작년 4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906억원으로 같은 기간 35.4% 감소했고, 순이익은 42억원으로 85% 급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매출 부재가 매출 감소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부업(투자)의 성적에도 전반적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지분 투자에 나섰던 노바백스가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백신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8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주식 인수 계약 체결을 통해 노바백스 주식 6.5%(650만주)를 취득했다. 당시 주당 7.12달러이던 주식은 반년 만에 3.39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급기야 노바백스는 악화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잡기에 나섰다.
노바백스는 정규직의 12%를 정리해고했다. 지난해 2월 기준 노바백스의 정규직 1992명으로, 약 240명을 감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5월 경영 악화가 지속하면서 권고사직을 진행한다고 밝힌 지 9개월 만이다.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 인력을 30% 줄인다는 방침이다.
인력감축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수요 위축 등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바백스는 지난해 매출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주요 수입원인 코로나 백신 실적 전망치를 절반 이상 줄였다.
그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 분야에서 동맹의 이점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엔데믹 시대에도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자체 백신의 개발과 글로벌에서 개발된 백신의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급변하는 방역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였다.
업계에서는 노바백스 실적 부진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안팎의 전방위 타격으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데다 올해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영업 가치를 상향할 만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위혜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독감·대상포진 백신 판매 증가와 정부의 코로나19 변이 대응 백신인 노바백스 매출이 반영되며 전년 대비 높은 기저를 형성한 CMO(위탁생산)가 매출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며 “성장 전략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비가 전년 대비 14% 증가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2880억원, 영업손실은 150억원 등으로 올해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위 연구원은 전망했다. 현재 수준의 영업 가치와 폐렴구균 백신 가치만으로는 현재 시가총액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해는 약 30% 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비 투자를 감행하는 등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시기였다”며 “올해는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등 백신 제품군 ‘스카이백스’ 시장 확대를 목표로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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