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엇갈린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전기차 올인 전략’을 토대로 홀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눈을 돌리는 지금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단독 선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입지 확대를 위해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기존 계획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 투자 또한 아끼지 않고 있다. 랜디 파커(Randy Parker) 현대차미국판매법인(HMA)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운전자는 전기차에 전념하는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을 것”이라며 “다른 회사가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삭감하는 동안 현대차는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랜디 파커 HMA CEO가 언급한 ‘전기차에 전념하는 회사’가 바로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전기차 올인 전략의 핵심이다.
정 회장의 전기차 올인 전략은 일찍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로컬 브랜드인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이자 브랜드 글로벌 전기차 입지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곳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지난 1분기(1~3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로컬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로컬 브랜드가 전기차를 대신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함에 따라 발생한 수요를 현대차가 모두 확보하게 된 셈이다. 결국 전기차에 대한 진정성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이다.
실제 포드는 캐나다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던 신형 전기 SUV 출시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차기 전기 픽업트럭 신모델의 고객 인도 시점도 기존 2025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GM의 경우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올해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생산량 4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하는 등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 2위를 굳히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오는 10월 예정보다 3개월 앞당겨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준대형 전기차 ‘아이오닉9’도 선보일 계획이다. 일단 국내에서 먼저 양산하고 내년 미국에서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생산 전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대차는 미국뿐 아니라 인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EV 현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현지 EV 생산 시설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2023년부터 10년 동안 약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일단 2028년까지 6개의 EV 모델을 투입하고,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충전소를 대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 발전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22년 내수 시장에서 425만대를 판매하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로 등극했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가 자동차 판매를 견인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 보급률은 2%대로 낮은 상태이지만, 인도 정부가 전동화 전환 의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최근 배터리 공급망도 확보했다.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 엑시드 에너지 솔루션(Exide Energy)과 인도 전용 EV 차량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뒤늦게 현지 전기차 생산 공장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한 테슬라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이다. 엑사이드 에너지는 인도에서 75년 이상 배터리 사업을 영위한 현지 납산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배터리 전문 기업 엑사이드 자회사이다.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22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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